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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확대되는 영상재판…"일반 소송사건에도 활용돼야"
재판 당사자 출석에 드는 시간과 비용 절감할 수 있어
중국·미국에서는 보석심문과 추방재판 등에 영상재판 적극 도입
2020-03-10 16:24:56 2020-03-10 16:24:56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영상재판이 이뤄지는 가운데 일반 소송사건에도 적극 활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면서 법원 출석에 드는 사회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에서는 보석, 영장심사는 물론 형사재판에도 온라인 법원이 도입되고 있다.
 
10일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김형두)가 영상재판을 진행한 이후 서울고법에는 영상재판을 채택하는 재판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3개 사건이 영상재판으로 진행됐고 이번 주에는 5건이 영상재판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도 민사 재판부에 원격 영상재판 절차와 활용방안을 공유했다. 기획법관은 재판장들에 서울고법에서 먼저 이뤄진 화상재판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참고하라는 메일을 보냈다. 아직까지 영상재판을 채택한 재판부는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진다면 지법에서도 영상재판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민사5부(재판장 김형두)가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원격영상재판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영상재판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 운영되고 있지만, 평소에도 일선 재판에서 적극 활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판 당사자들의 법정 출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보석심문의 경우 피고인의 호송에 필요한 인력과 교통편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유다. 대리인이나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지연되는 상황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도서·산간벽지 주민의 편의를 위해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지만 기술적인 한계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민사 소송사건에서는 2018년 춘천지법 속초지원이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증인의 영상 신문을 진행했고, 형사 소송사건에서는 지난해 10월 대구지법 안동지원이 서울에 있는 증인을 원격으로 신문한 정도다.
 
이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2017년부터 인터넷 관련 분쟁 사건을 전담하는 인터넷 법원을 설립하고 화상 회의 형식의 온라인 재판을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인터넷 법원뿐만 아니라 일반 법원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영상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구속영장실질심사와 민감한 증인 신문에는 화상재판이 이용된다. 민사사건의 경우에는 원고가 전자파일로 소송을 제기하고 피고가 이에 대한 의견을 전화로 답변해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72년부터 원격영상재판이 도입돼 재판 당사자가 법원에 출석하기 어려울 경우 화상재판 시스템을 이용해 원격으로 신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형사피의자에 대한 보석심리절차, 이민법원의 추방재판 등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미국에서는 증인뿐만 아니라 변호인들도 지정된 장소나 사무실 등에서 접속해 재판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멀리 떨어진 지역뿐만 아니라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도시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기술적인 제약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온라인으로도 원활하게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민사37부(재판장 권순형)는 판사실에서 원격영상재판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다만 일선 재판에도 영상재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근거 법령이 필요하다. 현재는 법원규칙인 민사소송규칙 제70조 5항에 따라 변론준비절차에 한해서 영상재판이 활용될 수 있다. 2011년 영상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법원과 사건을 확대하는 원격영상재판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통과는 하지 못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 사건에도 영상재판이 증인 신문뿐만 아니라 변호인까지 적용될 수 있다면 사회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겠으나 입법의 영역"이라면서 "일각에서는 온라인으로 재판할 경우 소통의 문제로 심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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