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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빠진 국토부 모빌리티 간담회…기여금·운행대수 총량 등 쟁점 실종
김현미 장관, 플랫폼 가맹사업 면허기준 개수만 언급
타격입은 타다, 국토부 홍보수단 이용 부적절 지적도
2020-03-17 17:55:07 2020-03-17 17:55:07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국토교통부가 모빌리티 기업들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하 여객법 개정안) 시행령에 들어갈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첫 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플랫폼 가맹사업 면허 기준을 기존의 25%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내용 외에 구체적인 논의가 진전되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국토부는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국토부-모빌리티 업계 현장 간담회'를 열고 지난 6일 국회를 통과한 여객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13개 모빌리티 업체가 참석했다.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와 VCNC는 불참했다. 
 
이날 국토부는 플랫폼 가맹사업 면허 기준 개수를 서울 기준 4000대에서 8분의1 수준인 500대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강조했던 대로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플랫폼 운송사업 기여금을 감면하고, 플랫폼 가맹사업의 기사 자격을 1~2일 이내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시행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여객법 개정안 시행 전이라도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우선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자발적 택시 동승 중개 플랫폼 반반택시(코나투스)와 수요응답형 대형 승합 택시 서비스 셔클(현대차·KST모빌리티)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운영 중이다. 이밖에 국토부는 여객법 개정안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을 위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김현미 장관은 "모빌리티 혁신은 모든 국민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장소까지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기업가와 종사자가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이 성과를 누리는 것"이라며 "더 창의적이고 더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아울러 택시도 모빌리티 혁신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모빌리티 업체는 △KST모빌리티(마카롱) △큐브카(파파) △벅시 △카카오모빌리티 △코나투스 △차차 크리에이션 △위모빌리티 △티원모빌리티 △우버코리아 △SKT △풀러스 △스타릭스 △코액터스다. 이 중 차차와 큐브카(파파)는 타다와 유사한 렌터카 기반의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KST모빌리티나 카카오모빌리티 등 플랫폼 가맹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기사를 차고지에서 교대하는 것에 비용이 많이 낭비되고 기사 수급에도 어려움이 있어 이에 대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김성준 차차크리에이션 명예대표는 "렌터카 기반의 플랫폼 운송사업은 경영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 정책적으로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모빌리티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첫 간담회, 쟁점 논의 없어 김새
 
다만 여객법 개정안 제정 이후 첫 간담회로서의 무게감을 감안할 때 이날 논의가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여객법 개정안의 가장 큰 쟁점인 기여금이나 운행 대수 총량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토부는 여객법 개정안 시행령으로 플랫폼 운송사업자에 기여금과 총량 관리 등으로 택시 업계와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사업을 잘해도 사업을 확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총량규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서비스가 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이라는 기여금 규제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며 "이 법이 의도대로 상생법이 되려면 총량과 기여금이라는 규제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이 사업을 해볼만하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대의원은 "추후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택시업계에서는 개인택시나 법인택시 조합장이 들어갈 예정인데, 현장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택시 운전기사가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어명소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모든 것은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에서 정해질 것이며 혁신위는 오는 4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는 정해진 것이 없으며 구상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타격 입은 타다, 홍보수단 이용 부적절 지적도 
  
한편, 이날 국토부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타다'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집니다. '타다금지법'이 아니라 '모빌리티 혁신법'"는 문구를 사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객법 개정안으로 사업을 접은 타다를 정책 홍보 수단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국토부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정책 홍보 화면 사진/국토교통부 홈페이지 갈무리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 특정 서비스를 콕집어 못하게 법을 개정해놓고서는 그 서비스명을 사용해 부처 홈페이지에 올려 놓는 것은 국민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하루아침에 법개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수천명의국민들과 수백억의 투자금을 손해본 국민들을 상대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할망정 조롱을 했다"며 분노했다. 
 
업계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타다를 조롱하는 국토부 광고는 규제로 스러져가는 스타트업 모두를 조롱한 것이다"며 "국토부는 광고를 할 때가 아니라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여객법 개정안을 지지했던 이찬진 포티스 대표도 "국토부가 왜 저런 식으로 제목을 뽑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렌터카를 이용한 여객운송사업자가 더 생기고 더 다양해집니다 정도였으면 논란이 안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여객법 개정안을 홍보하기 위해 올린 것"이라며 "타다를 고유명사로 쓴 게 아니라, 타다와 같은 서비스가 더 많아진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타다는 여객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 직후 오는 4월 11일부터 렌터카 기반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지난 13일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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