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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대출 한달새 4조원↓…유동성 여력 생긴듯
올 들어 첫 감소세 전환…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조달
2020-07-02 16:14:16 2020-07-02 16:14:16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주요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이 한 달 사이 약 4조원 줄었다. 코로나19 우려로 미리 현금 쌓기에 나섰던 대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여유가 생기면서 상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6월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85조0798억원이다. 전달(88조9027억원)대비 3조8229억원 줄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은 통상 운용자금으로 쓸 만큼만 쓰고 다시 상환하는 형태"라면서 "큰 흐름을 탄다고 말하긴 어려우나 조달 여건이 달라지면서 상황을 살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은행과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방식) 협약을 맺고 필요할 때마다 돈을 끌어다 사용한다. 코로나 초기에는 유동성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자금 조달이 은행 대출로 한정됐는데, 이 때문에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3월과 4월 각각 8조949억원, 5조8052억원 급증한 바 있다. 반면 지난달부터는 3952억원 증가에 그치며 안정세를 보였다. 
 
이러한 감소는 회사채 발행 여건이 나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마이너스 5000억원에서 그쳤던 회사채 순발행량은 4월부터는 1000억원으로, 5월에는 3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회사채 금리도 2%대 초반에 형성돼 있어 2%대 후반인 대기업 대출 금리보다 조달 부담이 덜하다.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도 감소했지만 개인사업자 대출은 여전히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5대 은행이 집행한 중기·개인사업자 대출은 전달 증가분(7조4328억원)의 40% 수준인 2조9389억원이다. 이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만 2조9799억원으로, 전달보다 6832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선제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일부 안정세를 보이기도 하지만 하반기 수출 중기를 중심으로 한 부실 우려가 있는 만큼 계속해 긴장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금 조달 여건 변화로 주요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이 한 달 사이 약 4조원 줄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창구 모습. 사진/농협은행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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