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판사운, 검사빨
입력 : 2020-08-21 06:01:00 수정 : 2020-08-21 08:37:41
어제 본 몇 장의 사진들이 마음을 짠하게 했다. 사진 속에는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서너 살 된 아이들이 있었다. 낯설고 삭막한 풍경에 겁이 난 탓인지 아이들은 모두 울상이었다.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들과 마스크를 쓴 부모들이 아이들을 안아주고, 달래주는 모습이 못내 안쓰러웠다. 누가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진정세를 보이던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다시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지금껏 치렀던 여러 가지 비용을 또 다시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신체적·정서적 치유를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이로 인해 다른 모든 삶의 기회를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예정됐던 행사들이 취소됐고, 모임도 사라졌다. 수많은 기업과 학교와 식당들이 문을 닫았거나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
 
이 사태를 촉발시킨 자들이 소위 사회 지도층이라고 하는 목사와 정치인들이라는 게 현실을 더 암울하게 만든다. 모두가 우려하던 집회를 강행해 기어코 바이러스의 온상을 창조한 것도 그렇거니와 무릎 꿇고 사죄해도 모자란 마당에 적반하장식 언행을 서슴지 않는 모습에 국민들은 경악했다.
 
그러니 자연스레 여론의 시선은 이 미꾸라지들에게 보석과 집회를 허가해준 판사들에게 향했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허무한 일이기는 하나, 이들 판사가 만약 판단을 달리 했다면 어땠을까. 최소한 보건소에서 줄서 기다리며 우는 아이들은 없지 않았을까.
 
그동안 국민들은 유사한 사안임에도 180도 다른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것을 숱하게 지켜봤다. 전광훈 씨 보석과 광화문 집회를 허가해 주는 이유가 100개라면, 그러지 않을 이유도 100개다. 결국 모든 판결에는 판사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판단의 기준과 내용이 상식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면 국민들은 당연히 그 판단에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검사들의 기소 여부 판단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다. 정치적인 사건 수사는 압수수색이다 뭐다 속전속결로 끝내면서 별로 주목받지 못한 사건의 경우 지지부진한 사례는 허다하다. 이른바 늑장 처분이다.
 
회사 측에 성추행 사실을 알렸다가 되레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A씨는 사건이 검찰에 넘어간 지 14개월이 됐음에도 아직까지 그 어떠한 판단도 받지 못했다. 이미 노동청이 수사 이후 회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추가 조사를 할 사안도 없어보이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검사는 아무런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피해자 A씨가 검찰에 넘긴 증거서면과 탄원서만 수백 장이다. 그러는 동안 A씨의 심신은 피폐해졌고, 지금은 거의 자포자기 상태다. A씨가 할 수 있는 것은 검사가 기소 처분을 내릴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 뿐이다.
 
A씨와 같은 사례는 결국 검사 개인의 의지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이러니 범죄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검사 빨, 판사 운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 사회에서는 범죄 피해를 당해도 제대로 일하는 검사나 판사를 만나지 못하면 피해와 상처를 회복하는 일이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우리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빵점을 겨우 면하는 수준이다. 가해자들, 특히 조두순으로 대표되는 악질적인 성범죄자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했던 판사들과 정치 검사들이 자초한 결과다.
 
국민이 인권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를 믿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검찰과 사법개혁이 절실한 이유다. 이것은 정권의 유 불리를 따져 행해질 일이 아니다. 공수처 하나 만든다고 될 일도 아니고, 사람 몇 명 바꾼다고 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인식과 제도가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 인권 의식, 시대적 사명감, 역사의식이 없는 법조인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도록 해야 한다.
 
왜 우리 역사에는 인권 변호사는 있어도, 인권 검사, 인권 판사는 없는 것일까. 우리 국민도 이제 존경하는 판사, 검사를 가질 때가 됐다. 그래야 사법부가 살고, 국민들도 산다.     

이승형 산업부 에디터 sean120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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