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에게 굴복 당한 할리우드가 이젠 봉준호 감독에게 연이어 러브콜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비영어권 국가 감독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최초의 작품상 수상자가 된 봉준호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던 ‘해무’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 앞서 동명의 프랑스 그래픽 노블 ‘설국열차’를 연출한 봉 감독의 작품을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리즈로 만든 바 있다. 당시에도 봉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기생충’의 할리우드 리메이크까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9일(현지시간) 할리우드 리포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영화 ‘더 가스맨’ ‘칼리브레’ 등을 연출한 맷 팔머 감독이 ‘해무’ 리메이크 작업에 들어갔다. ‘해무’ 리메이크 버전에는 봉준호 감독과 ‘옥자’ 제작을 담당했던 최두호 김태완 프로듀서가 제작에 참여한다. 또한 영화 ‘컨테이전’ ‘헬프’ ‘그린북’ 등 제작사 파티시펀트 미디어의 제프 스콜, 아니카 매클라렌 등이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2007년 개봉한 ‘해무’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를 쓴 심성보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었다. 밀항자들을 태운 채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배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얘기를 그린다. 봉준호 감독이 이 영화의 제작을 담당한 바 있다.
‘해무’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소식에 봉준호 감독은 “제작사 파티시펀트는 우리 시대 리얼리티를 탐구하는 영화들을 만들어 왔다”면서 “맷 팔머 감독과 새로 태어날 ‘해무’에 대한 기대감과 흥분이 매우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해무’의 리메이크 확정으로 인해 봉준호 감독 다른 작품들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미 ‘기생충’은 작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할리우드 리메이크 논의가 나온 상황이었다. 당시 투자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뉴스토마토에 “논의가 아니라 아직 그쪽(할리우드)과 어떤 교감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시 이런 논의는 아카데미 수상 훨씬 이전이었다. 할리우드는 앞서 2009년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마더’의 리메이크 제안을 위한 판권 문의를 제안한 바 있다.
‘해무’를 시작으로 봉준호 감독 연출 영화의 리메이크가 당분간 할리우드에서 쏟아질 전망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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