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물백신 사태' 신성약품, 수백억 배상 책임질 수도
형사상 약사법 위반, 징역 1년 이하 징역…제약사 폐기 물량 보상 요구 가능성
2020-09-24 06:00:00 2020-09-24 11:11:36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국가접종용 독감 백신이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독감 백신접종사업이 2주간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해당 백신을 모두 폐기할 경우 400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통 도매업체인 신성약품이 민형사상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신 유통과정에서 일어난 문제로 신성약품의 독감 백신 500만 도즈(500만명 분)의 접종이 전격 중단됐다. 백신을 수송차량에 옮기는 과정에서 섭씨 2~8도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상온에 노출된 정황이 파악되면서다.
 
독감 백신 유통 과정 문제로 정부의 의료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된 23일 서울 한 병원에 독감 백신 소진으로 접종을 잠시 중단한다는 안내문구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사고는 배송 과정에서 일부 배송 기사가 냉장차의 문을 열어두거나 판자 위에 박스를 쌓아두고 확인 작업을 하면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성약품이 공급하는 물량은 국내 총공급물량 2964만 도즈 중 국가 확보 물량 전량인 1259만 도즈이고, 문제가 된 물량은 지난 22일 접종을 위해 풀린 500만명 분량 가운데 일부다. 신성약품 측은 "모든 것은 우리의 관리미숙에 따른 잘못"이라며 "백신 공급부터 빠르게 정상화한 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질병관리청의 처분을 받겠다"고 말했다.
 
당장 신성약품은 백신의 잘못된 유통·관리로 인한 형사적 책임에 직면해있다. 약사법 47조에 따르면 의약품 공급자는 의약품 등의 안전 및 품질 관련 유통관리에 책임이 있으며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정부는 신성약품에 대한 약사법 위반 여부를 살필 계획이다. 약국변호사 닷컴의 김재윤 대표변호사(사진)는 "운송사에 책임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신성약품이 규정에 따라 납품되지 않은 점을 인지했는지 여부에 따라 형사상 책임을 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성약품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도 있다. 통상 백신이 정상적으로 의료기관에 공급되면 백신을 접종한 의료기관은 정부에 비용을 청구하고 정부는 그중 공급가를 백신 제조·생산 제약사에 주는 구조다. 500만명 분량의 백신이 모두 폐기될 경우 의료기관이 제약사에 지불할 454억원 상당이 사라진다. 
 
제약사가 신성약품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일부 물량이 폐기된다면 법적으로라도 피해보상 요구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법적인 책임은 제한적일 것 같다는 의견이다. 김 변호사는 "백신이 폐기된다면 제약사는 유통사에 대금을 요구할텐데 지급하지 못하면 소송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에 저가 입찰제도와 물류 시스템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는 "행정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는 있지만 민형사상으로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약사가 정부에 보상을 요구할 경우 정부가 신성약품에 구상권 청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보상을 하면 건강의료보험 재정을 쓸 수밖에 없는 탓이다. 허민강 법무법인YK 변호사(사진)는 "식약처에서 지난 7월 '백신 보관 및 수송관리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으므로 정부는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해 배상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리를 잘못한 업체의 경우에는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 책임 문제가 밝혀지고 국가가 건보 재정으로 보상을 했다면 국가가 업체에 손해배상 형태로 구상권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