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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구 까마득한 해외 건설 수주…3분기도 급락
작년 절반 수준 추락…코로나19 탓 발주 없고 계약도 밀려
2020-10-07 14:27:15 2020-10-07 14:27:15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해외 건설 수주가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 3분기 수주 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대형 건설사가 간간히 수주 낭보를 울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4분기까지 해외 수주 반등이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내년부터는 일감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업계에선 현지 업체가 참여하기 어려운 고난이도 공사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3분기 해외 건설 계약 금액은 약 23억4400만달러(약 2조73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45억7500만달러(약 5조3300억원)보다 48.7% 하락한 규모다. 지난해 해외 수주 성적도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이보다도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하락세는 코로나19 이후 지속되고 있다. 1분기 해외 수주는 111억9800만달러(약 13조400억원)로 지난해 1분기보다 무려 130% 뛰었으나 2분기부터 급격히 줄었다. 2분기는 지난해 70억5000만달러에서 올해 49억4100만달러로 30% 감소했다. 3분기에는 2분기보다도 하락폭이 확대됐다. 
 
건설사들은 발주를 기다리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각국 발주처가 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에 민감한 중동 산유국은 심화된 저유가로 발주를 내기가 특히 어려워졌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인적·물적 자원의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계약이 밀리는 사례도 잦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실무진 회의는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계약은 대규모 자금이 오가는 중요한 행위이기 때문에 직접 만나서 할 필요가 있는데 대면 접촉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설령 계약을 하더라도 공사를 곧바로 진행하기도 어려워 계약을 미루는 경우가 빈번하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는 사업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데 언제쯤 체결할 지 알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매출 중 해외 비중이 적지 않은 건설사는 더 애가 탄다. 국내에도 공사 일감이 부족한데 해외마저 수주가 어려워져 수주잔고가 감소하면 매출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수주가 줄어든다고 당장 회사 실적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타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속앓이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올해 4분기도 해외 수주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 목적으로 건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발주 기대감은 살아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3월 582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고, 하반기 동부해안철도사업 등 대형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를 재개할 계획이다. 베트남은 철도와 도로, 인프라 PPP(민관협력사업)사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사우디아라비아도 인프라 투자에 133억달러를 투입하고, 브라질은 인프라 PPP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실제 발주가 나오는 시간을 고려하면 내년부터는 해외 수주가 회복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국내 건설사가 실제 해외 일감을 수주하기 위해 현지 업체가 따내기 어려운 고난이도 공사를 중심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해외건설협회는 “유가 영향을 덜받는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고급 건축, 교통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투자개발형 사업과 같은 일감에 전략적 진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도 “그간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발휘해 우리 건설사만 할 수 있는 공사를 노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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