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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내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는 뭘까
2020-10-20 06:09:07 2020-10-20 06:09:07
전기차에 있어 배터리가 핵심 부품이라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비용의 상당 부분인 30~40%를 차지하는데, 과장을 조금 보태면 어떤 배터리를 썼는지는 곧 전기차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차종마다 어떤 배터리가 쓰이는지는 어쩐지 쉽게 알 수가 없다.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밝히길 꺼리기 때문인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이처럼 쉬쉬하는 걸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들은 여러 배터리사를 경쟁시켜 탑재할 제품을 선택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급가 등 계약 내용이 알려지면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행이 이어지면서 내가 타는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가 들어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들이 잇따라 불에 타고 원인이 배터리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바뀌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를 보고 전기차를 사던 소비자들이 배터리를 들여다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델마다 사용하는 배터리를 공식적으로 알린 곳은 찾기 드물다.
 
한 모델이 한 배터리사만의 제품을 쓰지 않는 경우도 많아 혼란은 더욱 커진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테슬라다.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에는 LG화학과 일본 파나소닉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가격 경쟁력을 위해 앞으로는 중국 CATL이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업계에선 상위 트림에는 LG화학, 파나소닉의 배터리가, 하위 트림에는 CATL 제품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꿔 생각하면 같은 모델이라도 트림에 따라 대강 짐작만 할 뿐 어떤 배터리가 들어갈지 정확히 알긴 어렵다는 말이다. LG화학이나 파나소닉 배터리가 들어간 제품을 사고 싶어 모델3를 샀는데 엉뚱하게 CATL이 들어갔을 수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구매는 사람들의 지출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내가 산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 화재는 얼마나 났는지, 어떤 구성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권리가 있다. 검색을 조금만 해도 '코발트를 뺀 배터리는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시대다. 수천만원을 주고 산 전기차의 배터리 브랜드 정도는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손쉽게 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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