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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만 요란한 자치경찰제)①실체 없는 자치경찰 어디로 가나
출범 100일 넘었는데 자치경찰 인력도 없어
3조6천억 예산 확보 못해 국가경찰이 업무 맡아
국가·수사·자치 분리한다면서 모두 경찰청 소속
일선도 변화 체감 못해…업무 혼선만 가중
2021-11-04 06:00:00 2021-11-04 06:00:00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경찰 창설 76년 만에 자치경찰제가 도입된지 100일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치경찰은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을 꾸릴 예산이 3조6000억 정도가 필요한데,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정부가 이 자금 마련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치경찰 역할은 그나마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 기존의 경찰이 대신하고 있다. 실체 조차 찾을 수 없는 자치경찰의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핼러윈데이가 겹친 지난 10월의 마지막 주말, 이태원 골목에는 핼러윈을 즐기러 온 시민들과 경찰들이 뒤엉켰다. 방역수칙을 위반한 시민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업무는 자치경찰 업무이다. 시민들도 이들을 자치경찰로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국가경찰이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현재 활동 중인 자치경찰은 없다.
 
자치경찰이 시행된지 100일도 훌쩍 넘었지만 실체가 없는 상황이다. 자치경찰제는 올해 1월1일 '경찰법·경찰공무원법' 전부개정안(개정 경찰법)이 시행되면서 7월1일부터 전국에서 전면 시행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국가경찰과 수사경찰, 자치경찰 등 세축으로 나뉜다. 국가경찰은 김창룡 경찰청장을 수장으로 하는 기존의 경찰이다. 정보·보안·외사업무를 담당한다. 수사경찰은 남구준 본부장이 이끄는 국가수사본부다. 수사과와 형사과로 편성돼 있다. 나머지가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교통사건을 맡는 자치경찰이다.
 
원래대로라면 지난 7월부터 자치경찰이 운영되어야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예산 확보가 어려워 기존 조직을 갖고 있는 국가경찰이 자치경찰 업무를 맡고 있다. 전국에 있는 국가경찰의 지방청은 18곳, 경찰서는 256개인데 이곳의 경찰관들이 투입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자치경찰위원회 관계자는 "자치경찰을 운영하려면 신규 채용부터 해서 3조6000억원이 들어가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재난지원금 규모가 커지면서 확보를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자치경찰 업무를 국가경찰에게 떠맡긴 셈"이라고 말했다. 
 
예산 문제가 아니더라도 자치경찰은 본질적 문제를 갖고 있다. 개정 경찰법상 기존의 경찰조직 안에 국가경찰과 수사경찰, 자치경찰이 모두 편성돼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장의 지휘 개입 차단 등 국가수사본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돼 있지만, 물리적 편성상의 문제에서 오는 혼란은 실제 자치경찰의 활동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앞의 자치경찰위원회 관계자는 "법을 짬뽕으로 만들어 놨다"고까지 했다.
 
현행 자치경찰제상 경찰 조직이 분리되지 않은 채 업무지휘 체계만 달라져 일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들의 업무가 혼란을 겪고 있다는 얘기는 경찰 안팎에서도 나온다. 경찰 사정을 잘 아는 한 대학교수는 "일선 경찰들도 국가경찰, 자치경찰의 차이를 모르고 사무실에만 앉아 있다"고 지적했다.
 
핼러윈데이인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서울시 관계자들과 경찰들이 방역수칙 위반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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