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파탄…한중 관계 어디로
윤석열정부 '미 밀착' 외교 기조에 결국 '중국 리스크' 수면 위 부상
2023-06-12 16:58:30 2023-06-12 18:17:10
지난해 11월15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정부의 미국 밀착 외교에 대한 반작용으로 우려됐던 중국 리스크가 결국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모양새입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양국의 관계가 개선될 조짐이 안 보인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미일의 중국 봉쇄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북한 문제 등 여러 방면에서 한중 양국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중국 항의 맞불 하루 만에 대통령실 "내정 개입" 직격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앞으로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윤석열정부를 공개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한 뒤, 한중 외교당국이 상대국 대사를 '맞초치'하는 등 양국의 외교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여당에 이어 대통령실에서도 싱 대사의 발언을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양국 관계가 더욱 얼어붙는 분위기입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사라는 자리는 본국과 주재국을 잇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그 가교의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에도 또 주재국에도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도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싱 대사에 대한 대통령실의 비판에 대해 "한국의 각계각층 인사들과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싱 대사의 직무"라며 "그 목적은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을 촉진하며, 한중 관계의 발전을 유지하고 추동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싱 대사가 한중 관계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취지로 반박에 나선 겁니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한중 간 외교적 마찰로 비화된 싱 대사의 발언을 정상적인 외교활동이라고 옹호하며 한국 정부가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국내 반중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양국은 지난 2월 코로나 방역을 위한 단기 비자 발급 제한과 중국 측의 맞중단, 4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대만해협 발언 등을 계기로 악화일로를 걸어왔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 4월20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고조와 관련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을 때에도 한중 양국은 서로 상대방 대사를 초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불타 죽을 것"이라는 친강 중국 외교부장의 강한 비판 발언도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한중 외교장관회담과 외교안보대화, 한중일 정상회의 실무급 회의 등을 통해 물밑 협의를 진행하면서 관계 개선에 나섰지만 악재가 이어지며 관계개선을 위한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의 경우 지난 1월 친강 외교부장과 한 차례 전화통화를 했으나 아직 대면 회담도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7일 공개된 윤석열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서 역대 정부에 비해 중국보다 일본을 더 가까운 나라로 배치하고, 이전 정부에선 중국에 대해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고 기술한 반면 이번 안보전략에선 이 표현이 빠진 것도 최근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예방을 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중 관계 악화일로…전문가 "해법 안 보인다"
 
정부는 중단됐던 한중 고위급 교류를 재개하고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미국에 밀착하는 외교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런 갈등 상황은 또 불거질 수 있습니다. 한중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의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나 정상 간 밀착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중 간 불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중 양국이 서로의 문제에 대해 크게 자극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건드린 것은 '나는 너의 적'이라고 중국에 말한 것과 같다"며 "현재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때보다 더 나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외교 기조를 확 바꾸지 않은 이상 해결방안이 안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은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 핵문제를 논의할 때 한국의 입장을 반영해줘야 하고, 한국 정부도 대만 문제와 관련해 지금의 발언을 자제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을 안 건드리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이 두 가지가 최소한 상호 교환돼야 한중 관계가 관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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