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트럼프에…미국, 내성 생겼다
우방에 더 가혹한 트럼프…나스닥에 비트코인까지 '훨훨'
고무된 트럼프, 안일함 우려…"현실과 괴리, 실적·물가 드러난다"
2025-07-14 13:48:02 2025-07-14 14:02:42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우방국에 더욱 혹독한 관세 서한을 보내며 무자비한 관세 폭탄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시장은 담담한 모습입니다. 오히려 투자자들은 내성이 생긴 듯 '타코'(트럼프는 언제나 겁먹고 물러난다:Trump Always Chickens Out)' 믿음 속에 주식시장에 이어 위험 심리의 척도로 여겨지는 비트코인 시세까지 하늘 높이 치솟고 있는데요. 트럼프 또한 "미국은 수천억 달러의 관세를 거둬들이고 있다. 이제 미국은 돌아왔다"며 고무된 모습입니다. 
 
하지만 시장도 트럼프도 너무 안일한 모습을 모이고 있다며 '폭풍전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트럼프발 관세정책에 "시장이 지나치게 안일한 분위기라 안타깝다"고 꼬집었습니다. 게다가 4월부터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본격화한 이후 아직 인플레이션이 잠잠하지만 언제든 물가가 자극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또한 이번 주부터 본격 발표되는 2분기 기업 실적은 관세 여파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입니다. 
 
백악관 앞에 내걸린 '타코' 현수막.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자신의 입맛대로, 총 25개국에 상호관세율 일방 통보
 
1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와 무역 협상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오는 8월1일에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 것을 다시 한번 경고했습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자기가 생각하기에 충분히 좋은 합의를 갖지 못하면 관세는 진짜로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한국과 일본을 시장으로 총 25국에 일방적인 상호관세율을 통보했습니다. 특히 오랜 동맹이나 우방에는 더욱 가혹했습니다. 유럽연합(EU)과 멕시코에는 각각 30%를, 캐나다에는 35%를 적시했습니다. 
 
특히 EU의 경우 지난 4월 발표된 첫 관세율은 20%였지만 이번 조치로 10%포인트나 인상됐습니다. 멕시코 또한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번에는 5%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조정됐습니다. 일본의 경우 7번의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1%포인트 올랐으며 브라질은 기존 10%에서 50%로 5배나 높였습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재판에 계류 중인 상황 때문입니다. 집권 1기 때 자신과 좋은 관계였던 강경 보수 성향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진보 성향 룰라 대통령을 궁지로 몰겠다는 취지입니다. 
 
결국 자신의 입맛대로 관세 전쟁을 끌고 가는 건데요. IMD 경영대학원의 사이먼 이베넷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일본과 EU를 포함한 일부 국가들은 최근 몇 달 동안 그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런 참여가 더 나은 결과로 이어졌는지 불분명하다"며 "그들은 이것이 협상이 아니라 양자택일의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습니다. 오로라 매크로 스트래티지스의 드미트리 그로주빈스키선임 무역 고문 또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들이 취한 다양한 접근 방식에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타코 기대감에 시장 활활…2분기 실적·물가 녹록치 않다
 
시장에서는 지난 4월 해방의 날 보다 더욱 높아진 관세 폭탄에도 무감각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3개월째 반복된 트럼프의 행보를 감안할 때 타코 기대감으로 이번에도 막판에 발을 뺄 거란 기대입니다. 실제 지난 10일 뉴욕 주식시장에서는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13일에는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11만9000달러 선을 돌파하며 이틀 만에 다시 최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다만 시장 지표를 정책 성공의 척도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고려할 때 낙관이 지나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가 상승을 관세 위협 강화를 위한 자격증으로 보고 있다"며 "이달 자신의 핵심 국정 과제를 실현할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의회 문턱을 넘은 만큼 관세도 자신감을 갖고 밀어붙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이번 주부터 본격 시작하는 2분기 실적 시즌과 소비자물가 발표가 미국 소비자의 건전성과 관세 관련 가격 인상을 견뎌낼 수 있는지 단서가 될 전망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골드만삭스의 경제학자들은 소비자들이 관세로 인한 직접 비용의 70%를 흡수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지난 분기에 많은 미국 기업들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며, 일부 기업들은 관세 채찍질로 인해 미래가 평소보다 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S&P 500 기업들의 이익이 2분기에 4.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2023년 이후 가장 낮은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며, 올해 첫 3개월 동안 13% 상승한 것에서 급격히 하락한 것입니다. 소비자물가(CPI) 또한 주목됩니다. 관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할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재고를 미리 확보해 관세 부담을 흡수해왔지만 이런 재고가 소진되고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을 비롯해 통화 당국자들은 여름철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 꾸준히 경고해왔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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