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2006년부터 약 20년간 서울시장은 단 두 명이었습니다. 오세훈 시장과 박원순 전 시장입니다. 먼저 오 시장이 5년을 재임했고, 박원순 전 시장이 9년을 했습니다. 이어 오 시장이 다시 5년째 시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시장은 단순히 소속 정당만 달랐던 게 아닙니다. 서울에 대한 비전, 도시에 대한 가치관, 정책 방향 등이 모두 정반대였습니다. 이러다 보니 서울시에선 두 전·현직 시장이 교체될 때마다 정책이 완전히 뒤집히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이 과정에선 공무원들의 혼란과 잡음은 물론 예산 낭비까지 초래됐습니다. <뉴스토마토>는 2026년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상황에서 그동안 오세훈→박원순→오세훈을 거치며 20년 동안 시정이 얼마나 오락가락했는지를 되짚고,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서울시청은 서울시의 얼굴입니다. 그런데 본관(신청사) 지하 1·2층은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모습이 변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2012년 서울시청 신청사가 공개되면 지하에 서울의 역사와 시정을 홍보하는 서울시티갤리리(이하 시티갤러리)를 조성하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오 시장은 밑그림만 그린 상태에서 '무상급식 논란'으로 사퇴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오 시장이 물러난 후 보궐선거를 통해 박원순 시장이 취임했습니다. 문제는 신청사에 대한 박 시장의 오 시장의 구상과 많이 달랐다는 점입니다. 박 시장은 시티갤러리를 시민청으로 바꿨습니다.
그로부터 9년 지났습니다. 박 시장의 유고 후 오 시장은 서울시 수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오 시장은 시민청을 다시 서울갤러리로 바꾸는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2009년 서울시청 신청사 홍보관(위)과 지하 1층(왼쪽 아래), 지하 2층(오른쪽 아래) 평면도. (사진=서울시청)
시티갤러리는 서울시청 신청사가 지어질 때 함께 만들기로 한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신청사는 2008년 착공해 2012년 8월 준공됐습니다. 시티갤러리의 추진계획은 2009년 무렵 세워졌습니다. 그러니까 시티갤러리는 오 시장이 신청사를 착공하면서부터 야심 차게 준비한 게 프로젝트인 셈입니다.
서울연구원 등에 따르면, 시티갤러리는 신청사 지하 1층 △intro(인트로)-서울특별시, 문화특별시, 사람특별시, 자연특별시, 세계특별시, 4D 영상관으로 이뤄진 상시전시실 △중앙통로·준비실·물품보관실 등이 있는 전시공용공간 △커뮤니케이션 홀·에듀케이션 홀 등을 조성하는 계획입니다. 지하 2층엔 기획전시실, 세미나실, 회의실, 카페, 전시공용공간, 태평홀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습니다.
시티갤러리는 서울시의 정책과 역사를 담은 첨단 전시 패널들이 채워지는 것으로 계획됐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의 도시 모형영상관처럼 서울을 축소한 모형, 서울을 내려다볼 수 있는 비행선 모형 설치 △가로수길 등 유명한 거리 재현 △흔들리는 의자에서 입체 화면을 보며 바람과 물을 맞는 4D 영상관 구축도 기본설계에 들어간 구상이었다고 합니다. 오 시장은 시티갤러리 조성에 상당한 의욕을 냈고, 별도의 태스크포스(TF)까지 조직했습니다.
2019년 1월2일 시민들이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 입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그런데 신청사가 채 준공도 되기 전인 2011년 시티갤러리 구상이 엎어집니다. 그해 8월26일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 끝에 사퇴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보궐선거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됐습니다. 2011년 10월27일 취임한 박 시장은 시티갤러리의 이름부터 '시민청(市民聽)'으로 바꿨습니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다'라는 뜻입니다.
신청사의 알짜배기 공간을 전시관이나 영상관으로 채우기보다 시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게 박 시장의 의지였습니다. 불과 두 달 사이 신청사에 대한 구상이 바뀌면서 공무원들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티갤러리 TF도 공중분해 됐습니다. 신청사는 개관했지만, 지하 1·2층을 공개하는 건 더 늦어졌습니다. 신청사 입주는 2012년 9월1일부터 시작됐지만, 시민청이 문을 연 건 해를 넘긴 2013년 1월12일이었습니다.
시민청은 시티갤러리와 판이하게 다른 공간으로 꾸며졌습니다. 지하 1층은 △공연이 이뤄지는 활짝라운지 △시민발언대 △시민청 안내센터·서울시 관광안내센터 △공정무역카페·서울책방·다누리매장 등으로 이뤄진 쉼터공간 △한마음 살림장 등 시민참여 행사가 진행되는 다목적 공간 '시민플라자' 등으로 조성됐습니다. 지하 2층은 △시민플라자 등 전시공간 △워크숍룸 등 시민 이용 공간 △예식장인 태평홀 △소규모 공연이 이뤄지는 바스락홀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3일 바깥에서 들여다 본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지하 1층 서울갤러리 내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2020년 7월9일 박 시장이 사망하자 시민청도 같은 운명을 맞습니다. 보궐선거를 통해 복귀한 오 시장은 신청사 지하의 공정무역카페를 구직 청년 스터디카페·상담 공간인 청년활력소로 바꿨고, 지난해 11월부터 시민청을 아예 폐쇄했습니다. 현재 시민청은 서울갤러리로 이름이 바꾼 채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서울갤러리 사업은 지하 1층을 미래서울도시관과 오픈라운지로 개편하는 게 핵심입니다. 미래서울도시관은 투명 디스플레이·가상현실·인공지능(AI) 등 최첨단 혁신 기술을 적용한 세계적 수준의 입체적 도시홍보·전시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입니다. 서울을 1600분의 1로 축소한 모형도 들어갑니다. 또 '우리동네 찾기'나 '디지털정원' 같은 체험형 프로그램과 공간도 마련됩니다.
옛 시민청 공간들을 개편한 오픈라운지에는 무인로봇카페, 시정 홍보용 팝업존 등이 들어설 계획입니다. 팝업존의 경우 뷰티·패션 관련 팝업 매장으로 운영해 신생 업체에 육성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 시민이 시정 홍보·간행물을 주기적으로 접할 수 있는 개방된 휴식 공간으로도 활용됩니다. 이외에 지하 2층의 경우에는 회의장을 늘리는 방향으로 바뀝니다. 서울갤러리의 예정 공사 마감일은 오는 27일입니다.
신청사 지하 1·2층은 오세훈 시장→박원순 시장→오세훈 시장을 거치는 20년간 시티갤러리→시민청→서울갤러리로 간판과 모습을 바꿔달았습니다. 이러는 과정에서 들어간 공사 관련 예산만 509억원에 달하는 걸로 추산됩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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