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유진그룹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 구성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며 직무대행 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보도전문채널 YTN이 외부 인사 중심으로 이사회 재편에 나섭니다. 양상우 전 한겨레신문사 대표(사장)를 비롯한 언론·시민사회 인사가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민영화 이후 이어지고 있는 지배구조 논쟁 속에서 향후 경영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12일 YTN은 이사회를 열고 이달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1인과 기타비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4인을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상암 YTN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사내이사 후보로는 양상우 전 한겨레 사장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는 인터파크 대표를 지낸 이상규 머니무브 대표가 포함됐습니다.
양상우 전 사장은 2011년부터 2014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두 차례 한겨레 대표를 지냈습니다. 지난해에는 언론 개혁 방향을 다룬 저서 '언론본색'을 출간했으며 현재 연세대 경제학부·경제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상규 대표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 공동 창업자로 출발한 1세대 벤처기업가로, 이후 온라인투자연계금융 플랫폼 사업 등을 추진해온 인물입니다.
사외이사 후보에는 시민사회와 미디어, 법조계 인사들이 포함됐습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오랜 기간 시민사회와 인권 분야에서 활동했습니다. 공훈의 위키트리 전 대표는 소셜뉴스 위키트리를 이끌어 온 온라인 미디어 기업인입니다. 이유정 변호사는 문재인정부 당시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바 있으며 이후 제기된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1·2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아 최종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KT&G 근무 이력이 있는 박광일 공영기업 대표는 기업 경영과 산업 분야 경험을 갖춘 인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특히 양상우 전 사장과 오창익 사무국장의 인연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양 전 사장이 한겨레 대표를 지내던 시절 오창익 사무국장이 노조 추천 한겨레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함께 이사회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양 전 사장이 물러난 이후에도 오 국장이 장발장은행 자문위원 등을 맡는 과정에서 양 전 사장과의 인연이 이어졌다는 이야기가 언론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인선이 확정되면 YTN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를 포함해 총 12명 규모로 재편될 전망입니다. 앞서 지난해 12월9일 김진용·이연주·조성욱 사외이사와 김진구 기타비상무이사 등 4명이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임하면서 이사회 구조에 일부 공백이 발생한 상태였습니다. 이들은 유진그룹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돼 왔습니다.
이번에 선임될 이사들은 기존 이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이사회 운영에 참여하게 됩니다. 현재 YTN 사외이사는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조성인 전 KT&G 홍보실장,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등 3명입니다. 이 가운데 조성인 이사는 YTN 주요주주인 KGC인삼공사 측 추천 인사로, 김경록 이사는 미래에셋생명보험 측 추천 인사로 알려졌습니다.
(자료=YTN)
YTN은 이번 인선과 함께 저널리즘 책임 이사 제도도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회사 측은 보도와 편성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저널리즘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YTN이 이사회 재편에 나서면서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YTN은 김백 전 사장 사퇴 이후 지난해 9월부터 정재훈 전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사추위 구성 역시 노사 갈등으로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정 방송법에 따르면 보도전문채널 대표이사는 교섭대표노동조합과 합의를 거쳐 구성된 사추위가 복수 추천한 후보 가운데 이사회가 선임하도록 돼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사회 재편이 향후 사추위 구성과 차기 사장 선임 구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노사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인선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노조는 "유진그룹이 YTN 이사회를 다시 장악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며 "양상우 전 한겨레 사장을 중심으로 한 인사들이 이사회에 합류하는 것은 사실상 양상우 사단 구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조는 특히 "유진그룹이 지난해 법원의 최대주주 자격 취소 판결 이후 문제가 될 만한 사외이사들을 정리한 뒤 다시 새로운 이사진을 무더기로 선임하려 한다"며 "YTN 장악 체제를 유지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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