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입 하세월 희귀질환약, ‘100일’ 만에 들여온다
정책 취지 공감하지만 정부·환자·외자사 동상이몽
2026-05-27 14:38:57 2026-05-27 14:38:57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정부가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 등재에 드는 기간을 현행 240일에서 100일로 단축을 추진합니다. 본사업 시행에 앞서 올해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각계의 이견도 적지 않습니다. 추진 방향을 두고 학계는 우려를, 환자단체와 외국계 제약사 등은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한 외국계 제약사 임원은 “어느 (글로벌 제약) 회사도 이 제도에 투자할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라며 제도의 실효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향상을 위한 신속등재 추진방향 공청회’. 행사 시작 전부터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 정부 당국자를 비롯해 국내·외 제약사와 환자단체 소속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가득 채워 사안에 쏠린 높은 관심을 입증했습니다. 
 
제도 골자는 이렇습니다. 우선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심사 120일과 기존 150일간 실시되던 심평원의 급여적정성 평가를 1개월로 줄여 실시하되, 두 과정이 병행 추진됩니다. 이어 60일 동안 진행되던 건보공단과의 약가 및 예상청구액 협상은 1개월로 줄어듭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드는 30일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정부가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 등재에 드는 기간을 현행 240일에서 100일로 단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진=김양균 기자)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부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허가 및 건강보험 급여 등재 모두 100일 안에 끝내겠다는 겁니다. 물론 절대적인 심사 기간이 짧다 보니 사후관리를 강화해 보완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조입니다. 사후관리는 급여 전 외국계 제약사가 제출한 임상시험 성과 및 계획서에 대한 평가를 시작으로, 1~3년 차에는 실사용 근거 등 자료 수집을, 4년 차에는 사후평가, 5년 차에는 약가 유지나 인하, 전액 본인 부담 등 건보급여 반영 심사가 이뤄지게 됩니다.
 
이처럼 희귀질환자들에게 적시에 치료제를 공급하겠다는 제도 취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에도 포함되며 현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직결됩니다. 제도 취지가 유익하다는 점에서 이견은 없지만 제도의 ‘디테일’에 대해서는 이견이 관측됩니다. 배은영 경상대 약대 교수는 “평가 속도 단축을 위해 해외가 실시하는 절차의 효율화 방안 노력과 달리 우리는 평가의 내용을 줄이려고 한다”라며 “이러한 방식의 신속 등재 방식은 곤란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조민우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신속 등재에서 경제성평가(경평)가 빠졌는데, 경평은 해당 의약품의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개인이 약값을 지급할 때는 내가 평가하면 되지만 건강보험이란 공적 자원을 사용할 때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가치 부여 과정을 빼서는 곤란하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정책 수혜자인 외국계 제약사는 우리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에도 ‘더 내놓으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날 패널토론에 참여한 한 글로벌 제약사 임원은 “한국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 전체 매출의 1%밖에 안 된다”라며 “사후약가 관리에서 임상을 하라는 요구를 한다면 어느 회사도 이 제도에 투자할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한국 시장이 좁은데, 희귀질환 의약품을 만드는 제약사가 굳이 한국 정부의 요구를 맞춰줄 이유가 있느냐는 겁니다. 희귀질환자를 위한 의약품 개발 후발주자로써, 관련 의약품을 사실상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상황에서 이러한 오만한 주장을 반박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에 권병기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희귀질환 환자분들이 필요한 치료제에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신속 등재 이후 면밀한 사후평가를 통해 급여적정성을 점검하는 시범사업 추진 방안을 마련했다”라고 당부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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