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의문의 12시간
2026-06-01 06:00:00 2026-06-01 06:00:00
지난 5월2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생명안전기본법’이 의결되었다. 세월호 참사 12년 만에 생명 안전과 관련한 최상위법이 제정된 것이었다. 이 법에는 ▲국민 ‘안전권’ 명문화 및 국가의 보호 책무 명시 ▲생명 안전 전담 기구 신설 및 종합 계획 수립 ▲안전 영향 분석·평가 제도 도입 ▲독립 조사 기구 설치 및 피해자 지원 원칙 명시 등 이전의 재난이나 안전 관련 법령 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 생명안전기본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한 것은 그날 오후 2시21분경이었다.
 
이 법의 통과를 위해 법안을 준비하고, 발의하고, 국민동의청원도 성사시키고, 지난 4월에는 국회 앞에서 농성과 피케팅 등을 하면서 이날을 기다려왔던 한 사람으로 감격스러운 보도를 접하게 되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안전 사회를 위한 많은 변화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던 한 사람으로 축하 파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법 제정을 위해 고생한 사람들과 전화를 주고받던 사이에 충격적인 사고 소식을 들어야 했다.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들려온 소식, 고가차도의 구조물 일부가 붕괴되면서 그곳에서 안전진단을 하던 사람들을 덮쳤고, 곧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후 2시33분에 일어난 일이었다. 
 
12시간 동안의 과정이 납득이 가질 않았다. 사고의 첫 징후가 나타난 것은 5월26일 새벽 2시30분경이었다. 그 뒤 이상 징후를 공사 관계자가 서울시에 보고한 것이 오전 7시30분이었다. 5시간 뒤에야 보고가 이루어졌다. 첫 보고 뒤에 3시간 20분이 지나서 현장 소장 등이 모여서 대책회의를 가졌고, 오후 1시40분경에는 서울시 관계자,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9명이 합동 안전진단을 시작했다. 합동 안전진단 53분 만인 오후 2시33분경 철거 중인 고가차도 상판의 콘크리트 거더(받침대)가 붕괴하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영상을 보니 거더 붕괴 직전 1톤 트럭 한 대가 그 현장 밑을 지나갔다. 순간적으로 그 트럭은 사고를 모면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그 12시간 동안 고속열차 28대, 전동열차 31대 등 열차 59대가 사고 현장 아래 철로를 지나갔다. 자동차의 운행도 중단되지 않았고, 행인들의 이동도 제한하지 않았다. 대형 재난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던 아찔한 12시간이었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에서는 GTX-A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지하 5층 기둥에서 대규모 철근 누락 사고가 6·3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한 상태였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오세훈 후보는 아직 사고가 난 것도 아닌데 괜한 호들갑이라는 식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는데, 혹시 서울시 조직문화가 위험 상황을 그대로 보고할 수 없거나 지연하게 한 것은 아닐까? 공사업체가 시간에 쫓기다가 안전 대책을 무시한 것은 아닐까? 안전에는 ‘설마’가 들어서서는 안 되는데, 곳곳에서 ‘설마’의 그림자가 보인다. 이번에는 조금 늦더라도 현장 조사를 철저히 하고, 철거 공사의 계약부터 공사의 전 과정을 면밀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안전 매뉴얼은 제대로 현장에 적용되고 있었는지, 혹시 매뉴얼이 부실했던 것은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생명안전기본법은 이런 안전사고를 예방하자고 만든 법이고, 안전사고 뒤에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진상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 수립으로 미래의 안전사고를 막자고 제정한 법이다. 법의 시행 전이라도 이번 사건을 시범 케이스로 제대로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까지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면 훗날의 비극을 허용하게 된다. 제발 이번에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박래군 4.16재단 운영위원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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