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동성애 교육 추방?…추방해야 할 것은 혐오
2026-06-01 06:00:00 2026-06-01 06:00:00
‘동성애 반대.’ 서울 시내 곳곳에 걸린 이 문구를 보며 문득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누군가 거리 곳곳에 ‘장애인 반대’ 또는 ‘흑인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건다면, 우리는 그것을 정당한 선거 구호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혐오’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혐오란 단순히 어떤 특정 개인을 싫어하는 감정이나 표현의 자유가 아닙니다. 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한 배타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각 영역에서의 차별과 배제로 이어집니다. 
 
문제는 이런 혐오의 언어, 차별과 배제의 표현이 지금 서울시교육감 선거판의 구호로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보수 성향의 김영배 후보와 조전혁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시작과 함께 ‘동성애 반대’와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을 전면에 내걸었습니다. 교육감 선거라면 마땅히 구체적인 교육정책을 놓고 치열해야 경쟁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더 성소수자를 배척하는지 경쟁하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조 후보는 자신의 선거 구호가 혐오 표현이라는 지적에 관해 ‘성소수자 개인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교육 콘텐츠에 대한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공교육은 모든 청소년에게 안전한 성장 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특정 정체성을 ‘추방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순간, 학교는 성소수자 청소년들에게 가장 먼저 고립과 공포의 공간이 되고 맙니다.
 
이미 성소수자 청소년에게 학교는 안전한 공간이 아닙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 청소년 3명 중 1명은 ‘학교 교사로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나 행동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단순한 불쾌감 수준을 넘어 생존과도 직결됩니다. 2014년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 청소년의 자살 시도율이 약 46%로, 다른 또래 청소년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선거판의 구호로 소비되는 ‘동성애 반대’라는 말은, 교실 안 청소년의 생존을 위협하는 폭력인 셈입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 전반에 퍼진 혐오와 조롱 문화에 대한 엄정한 대응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혐오에 대한 논의는 협소합니다. 혐오의 본질은 분절된 사건이 아니라, 소수자 집단에 대한 배제와 차별입니다. 과거의 특정 역사적 사건이나 정치적 인물을 향한 모욕에  분노하는 만큼,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소수자 집단에 대한 배제의 언어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이라는 구호가 내걸린 거리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과연 추방해야 할 것은 실체조차 불분명한 ‘동성애 교육’인지, 아니면 타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의 언어인지 말입니다. 
 
신다인 공동체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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