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훈풍이 중후장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냉각·건설자재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엔진, 발전설비, 액침냉각유, 고부가 강재 등 관련 사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는 모습입니다. 이에 업계도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와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윅에 위치한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사진=연합뉴스)
HD현대건설기계는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 확대에 맞춰 발전용 엔진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HD현대건설기계는 기존 디젤·가스 엔진 기반 발전기를 데이터센터용 전력 설비로 공급하기 위한 영업을 진행 중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안에 관련 공급 성과가 가시화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회사는 이와 별도로 내년 데이터센터용 엔진 개발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생산 기반 확대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올해 하반기 전북 군산 엔진 공장 증설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회사는 해당 공장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용 초대형 발전 엔진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정유업계는 액침냉각 시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고발열 서버의 열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냉각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공랭·수랭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액침냉각 방식이 부상하면서 관련 냉각유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윤활기유 기술력을 바탕으로 액침냉각유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입니다. 에쓰오일은 지난 26일 액침냉각유 ‘S-OIL e-쿨링 솔루션’ 실증을 본격화한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제품을 개발해 SK텔레콤에 공급한 SK엔무브는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협력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액침냉각유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GS칼텍스도 자체 개발한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삼성SDS와 LG유플러스 등 주요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조선업계에서는 선박용 중속 엔진 기반 발전설비가 새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중입니다. AI 데이터센터의 기존 핵심 발전원으로 꼽히는 가스터빈은 글로벌 주요 제조사들이 이미 수년치 수주 물량을 확보한 상태로, 추가 공급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단기간 내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선박 엔진 기반 발전설비가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실질 수주도 나오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전력 솔루션 기업 아페리온에 6271억원 규모의 발전용 엔진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번에 공급되는 제품은 20메가와트(MW)급 힘센엔진(HiMSEN) 기반 발전설비로, 북미 지역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HD현대중공업이 개발한 힘센(HiMSEN) 엔진. (사진=HD현대중공업)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HD현대중공업의 엔진 사업이 조선 기자재를 넘어 AI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으로 확장되는 상징적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STX엔진과 한화엔진 등 다른 업체들도 관련 시장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철강업계도 데이터센터발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축물보다 전력·냉각·하중 대응 능력이 중요해 고강도·고부가 강재 사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고부가 강재 생산 역량을 갖춘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실제로 미국향 고부가 철강재 수출은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미국향 산업용 강관 수출은 13만6554톤으로 전년 동월 9만8083톤 대비 약 39% 증가했습니다. 3월에도 12만262톤을 기록하며 두 달 연속 12만톤을 웃돌았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발 수요가 중후장대 업계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전통 중후장대 산업은 업황 변동 등 사이클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뚜렷한 만큼, 데이터센터와 같은 신수요처를 확보해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전력, 냉각, 건설자재 등 중후장대 업계와 관련된 사업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시장이 사이클을 보완할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중후장대 산업은 사이클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와 같은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확장 기회를 적극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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