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지난달 취업자 수가 17개월 만에 감소 전환하며 고용시장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불확실성이 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건데요. 특히 청년층과 제조업 부문의 부진이 두드러졌습니다. 고용 한파가 청년층을 덮친 가운데 자산 격차에 더해 소득 격차까지 확대되면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마저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청년·제조업 덮친 '고용 한파'
국가데이터처가 9일 '2026년 5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91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중동전쟁 여파에도 취업자 수는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증가 폭은 꾸준히 둔화해 왔습니다. 실제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 3월 20만6000명에서 4월 7만4000명으로 축소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감소로 전환했습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가 부담 확대 등이 기업 경영 여건을 악화시키면서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연령별로는 청년층 부진이 두드러졌습니다. 대부분 연령층에서 취업자 수가 증가했지만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342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만5000명 감소했습니다. 40~49세 취업자 수도 4만3000명 줄었습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감소세를 견인했습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만명 감소했습니다. 이어 농림어업이 12만1000명 줄어 그 뒤를 이었고, 전문과학기술은 8만9000명, 건설업은 4만3000명 각각 감소했습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 예술·스포츠·여가, 운수·창고 등은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고용률도 하락했습니다. 지난달 고용률은 63.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포인트 떨어졌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 역시 70.2%로 0.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청년 고용 지원과 인공지능 전환(AX)·녹색 전환(GX) 등 산업구조 변화 대응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입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 간담회'를 열고 "고용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중동전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모든 부처가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총력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가진 자는 더 벌고…청년층은 '사다리 아래로'
취업의 문이 좁아진 가운데 취업 이후에도 계층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사회 이동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간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격차 확대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왔는데요. 최근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호황 등의 영향으로 산업 간 성장 격차가 확대되면서 소득격차까지 다시 벌어지는 모습입니다.
한국은행이 같은 날 발표한 'BoK 이슈노트: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가계의 자산격차 심화와 소득격차 재확대가 맞물린 '복합 양극화'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자산 격차를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팬데믹 기간 급등했던 주택가격은 조정기를 거친 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제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2년 0.617에서 2017년 0.584까지 하락했지만 지난해 0.625까지 상승했습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특히 한은은 부동산 자산이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에 집중되면서 자산 가격 상승의 혜택도 특정 세대에 쏠려 세대 간 격차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은은 최근 소득격차 역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정보기술(IT) 산업과 비IT 산업 간 성장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건데요. 소득 지니계수를 보면 지난 2016년 0.353에서 2023년 0.323까지 하락했지만 2024년 0.325로 반등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소득격차 재확대는 기존의 자산 양극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AI 확산에 따른 노동 대체 가능성도 향후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요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자산과 소득격차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청년층의 계층 이동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습니다. 실제 순자산과 소득이 모두 1분위인 가구 가운데 20~30대 청년층 비중은 202년 7.9%에서 2025년 15.2%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반면 자산과 소득을 모두 보유한 상위 계층은 자산 가격 상승과 고소득 산업 성장의 수혜를 동시에 누리면서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복합 양극화는 경제 성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자산 불평등이 커질수록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낮아지는데, 국가패널 분석 결과 자산 상위 10% 보유비중이 1%포인트 상승하면 총요소생산성이 0.16%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양극화는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청년 가계를 중심으로 경제활동 기반을 약화시켜 내수활력 저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한은은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를 개선하고 근로소득을 통한 자산 형성 경로를 복원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생산적 자산 형성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신성장 산업 생태계를 강화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11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실업인정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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