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동 공급망 필요성에…정유업계 “공급과잉” 난색
미·이란 종전합의…호르무즈 봉쇄 106일 만
업계, 대체분 유지, 공급 과잉 가능성 야기
“4분기부터 사태 이전 공급 회귀 가능성↑”
2026-06-16 12:26:28 2026-06-16 15:13:47
[뉴스토마토 이원진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 수순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중동산 원유 도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유업계는 중동산 원유 대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유종 특성과 장기계약 구조를 고려할 때 비중동산 물량을 무리하게 유지할 경우 설비 최적화 문제와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뚫고 200만배럴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호가 지난 10일 울산항에 도착했다. (사진=뉴시스)
 
16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지난 14일(미국 동부 현지시각) 종전 협상에 합의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개방을 전적으로 승인한다”고 밝혔습니다. 106일간 이어진 해협 봉쇄 사태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밴스 부통령은 “세부 현안은 향후 기술적 협상을 통해 조율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중동 사태는 국내 원유 수급 구조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지난 5월 기준 54%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평균인 69% 대비 15%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반면 미국산 원유 비중은 지난해 평균 16%수준에서 5~7월(잠정) 35.6%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카자흐스탄·호주·콩고 등 비중동 지역 원유 수입도 확대됐습니다. 해협 봉쇄로 줄어든 중동산 원유 수입을 비중동산 원유로 대체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과한 중동산 원유 의존의 취약성을 드러낸 만큼, 해협 개방 이후에도 비중동산 확대분을 유지하거나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원유 공급 지형이 크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국내 정유시설 상당수가 중동산 중질유 처리에 맞춰 설계돼 있어 상대적으로 경질 비중이 높은 비중동산 원유를 사용할 시 설비 최적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장기계약 위주의 원유 공급 구조도 비중동산 물량을 늘리기 어려운 배경입니다. 국내 정유기업들이 중동 국영 석유기업과 맺는 원유 공급 계약은 통상 1년 이상의 중장기 계약이 주를 이룹니다. 이와 달리 봉쇄 기간 동안 추가 확보한 비중동산 물량 상당수는 정부 간 협력과 외교 채널을 통해 마련된 한시적 물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협이 개방되면 그간 공급받지 못했던 중동산 장기계약 물량이 유입될 예정인 상황 속에서, 비중동산 물량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경우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때문에 장기계약으로 묶인 중동산보다 일시적 대체를 명목으로 수입한 비중동산 확대분 부터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입니다.
 
업계에서는 공급이 사태 이전으로 회귀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직 미국과 이란 간 세부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억류됐던 선박들이 한꺼번에 운항을 재개하면서 해협 내 병목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3분기까지는 현행 공급 체계가 유지되겠지만, 4분기부터는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점차 회복되면서 사태 이전 수준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이원진 기자 blue45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