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민주당의 차기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유력 당권주자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 여부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전당대회 경쟁도 한층 과열되는 양상입니다. 정청래 전 대표가 연일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자신이 민주당의 적통 후보임을 강조하자, 송영길 의원은 "정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도 못 했다"고 견제에 나섰습니다. 이에 정 전 대표는 "100% 허위사실 유포"라며 즉각 사과를 요구했는데요. 여기에 누가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적자' 인지를 놓고 당권주자끼리 부딪치는 모양새입니다. 유시민 작가가 이른바 '재건축론'을 주장하며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전한 가운데 당 내부에선 '적통론'까지 제기되면서 당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18일 민주당의 정청래 전 대표와 송영길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송영길 "노무현과 등져서 참석 못해"…정청래 "허위사실" 사과 요구
송 의원은 29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정 전 대표가 최근 공개 석상에서 노 전 대통령의 정통성을 따른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을 두고 "정 전 대표가 그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 전 대표는 완전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 참석도 못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민석 국무총리를 공격하려고 '노무현 적통'을 따진다면, 다른 분은 몰라도 적어도 정 전 대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 전 대표가 자신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출신임을 강조하며 노 전 대통령을 거듭 언급하자, 송 의원이 견제구를 날린 겁니다.
이에 정 전 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정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송 의원을 향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송 의원의 주장은 100% 허위사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송 의원을 향해 "사과하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정 전 대표는 이와 같은 내용의 글을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게시판에도 올렸습니다. 그는 추가로 "허위사실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내놨습니다. 정 전 대표의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던 한민수 의원도 페이스북에 <한겨레>의 2009년 5월24일 보도 내용을 첨부해 당시 정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한 근거로 들었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 국면에서 때아닌 적통 논쟁도 거세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정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당 내부에선 경쟁자인 김 총리를 겨냥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는데요. '동교동계' 출신인 김 총리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정몽준 후보로의 단일화를 요구하며 노무현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다 탈당한 점을 상기시키려 한다는 지적입니다.
송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자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을 못 지킨 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저도 김 총리도 정 전 대표도 반성하면 되지, 그것을 갖고 김민석을 공격하지 말라는 취지"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원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 전 대표만 적통인가. 제가 볼 때 더 적통은 김 총리"라고 거들었습니다. 김 총리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정치에 입문한 점을 강조하며 힘을 실었습니다.
여기에 정 전 대표와 김 총리 간 보완수사권 논쟁도 '진실 공방'으로 옮겨붙는 모양새입니다. 김 총리가 지난 5월 검찰개혁안의 처리를 제안했지만, 당의 반대로 연기됐다고 밝힌 점을 놓고 친청(친정청래)계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그런 제안이 있었다면 언제, 누구에게, 어떤 내용으로 전달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시민 재건축론'에 "재개발도 있다"…반등 없는 '대통령 지지율'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의 외연 확장 행보를 겨냥해 '재건축론'을 들고 나온 유시민 작가를 향한 민주당 내 성토도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유 작가의 재건축론 주장에 대해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에 이어 청와대까지 나서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박 의원과 같은 방송에 출연해 "필요하면 재건축과 재개발을 하는 것"이라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이다. 우리끼리 논쟁보다는 국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의원도 '유 작가의 재건축론은 맞는 진단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좀 자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당내에선 이와 같은 논쟁 양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당대회가 당의 진로나 정책에 관한 생산적 토론이 아니라 과거 전적 파헤치기식 공방으로 흐를 경우 제 살 깎아 먹기밖에 되지 않는단 지적입니다.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는 조승래 의원도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당내에서 서로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데이터와 팩트에 기반한 토론과 포용력 두 가지만 있으면 당내 갈등과 긴장 관계, 논쟁, 토론은 성장과 진화로 수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유 작가의 발언이 당내 갈등의 양상을 최고조로 치닫게 하면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실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반등 없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날 공표된 <에너지경제·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6월22~26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무선 ARS)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49.5%로, 지난주 대비 0.2%포인트 줄었습니다. 5월2주 이후 6주 연속 지지율 하락이 이어졌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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