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침해 의혹 판치는 렌털·가전업계
공청기·정수기·음식물처리기까지…반복되는 디자인 모방 논란
수년씩 걸리는 소송…지리한 공방만 계속
강경 대응 나선 코웨이…"침해 요소 확실시 사전 협의 없이 소송"
2026-07-07 16:40:04 2026-07-07 16:49:56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음식물처리기까지 렌털·가전업계 전반에서 디자인 침해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상만 바뀔 뿐 같은 유형의 분쟁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분쟁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면 결론까지 수년이 걸리는 구조입니다. 업계에서는 등록 단계에서의 방어와 선제적 경고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코웨이)
 
7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코웨이는 지난달 청호나이스의 서밋타워 공기청정기를 상대로 디자인권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청호나이스가 지난 2월 출시한 '서밋타워 공기청정기'가 코웨이가 2021년 내놓은 '노블 공기청정기'의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입니다. 코웨이는 본체 사각 형상과 비율 상부 팝업부 형상 팝업부의 상하 이동 구조 등 핵심 요소가 동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한다는 입장입니다. 노블 공기청정기는 2021년 4월 등록을 마친 제품입니다.
 
앞서 코웨이는 정수기 분야에서도 두 건의 소송을 진행해 왔습니다. 2024년 교원웰스의 '아이스원 얼음정수기'를 상대로 디자인권과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을 냈고 지난해에는 쿠쿠홈시스의 '제로100 슬림 얼음정수기'에 대해서도 디자인권 침해에 따른 판매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코웨이는 자사 아이콘 얼음정수기의 각진 직육면체 결합 형태와 버튼 배치 등을 쿠쿠 제품이 모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소송 모두 1심이 진행 중입니다.
 
중소·스타트업 간 분쟁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생활가전 스타트업 앳홈은 쿠쿠의 음식물처리기 디자인이 자사 미닉스 '더 플렌더'와 유사하다며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앳홈의 제조 자회사인 앳홈플랜테크는 2023년 해당 디자인을 등록했고 쿠쿠는 지난해 1월 유사한 디자인을 등록했습니다. 앳홈은 쿠쿠전자의 등록 디자인에 대해 특허심판원에 무효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했습니다. 앳홈은 불복 소송을 제기했고 쿠쿠전자도 맞대응에 나서며 앳홈의 음식물처리기 디자인을 무효로 해달라는 심판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코웨이는 이 같은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1월 업계 최초로 대표이사 직속 디자인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습니다. 이번 청호나이스 소송이 TF 출범 이후 첫 공식 법적 조치입니다. 그동안 코웨이는 디자인 유사성이 발견되면 경고장을 보내는 등 사전협의를 거쳐왔지만 이번에는 디자인권 침해 요소가 명확하다고 보고 별도의 협의 과정 없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코웨이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보호는 기업의 정당한 권리 보호와 산업 전반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무분별한 지식재산권 침해는 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소비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지식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디자인 분쟁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생활가전의 인테리어화가 있습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가 필터·살균 등 성능 경쟁을 넘어 거실과 주방을 구성하는 인테리어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외관 디자인이 브랜드 정체성과 직결되는 핵심 자산이 됐습니다. 기술 격차가 좁혀진 상황에서 후발업체가 선두업체의 디자인을 참고할 유인이 커진 것도 배경으로 꼽힙니다. 문제는 소송이나 심판을 통한 결론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과거 11년간 벌인 얼음정수기 냉온 정수 시스템 특허 소송도 대법원까지 간 끝에 지난해에야 결론이 났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정수기 디자인권 소송 역시 1심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결국 등록과 소송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마다 대표 제품을 상징하는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있는데 후발 기업 제품이 너무 흡사하게 나오는 사례가 늘면서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며 "강력한 대응이 이어지면 후발 기업들도 신제품을 낼 때 한 번 더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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