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이 자국 원전에 대한 외국 자본의 소유 제한을 완화하면서 국내 원전업계의 미국 시장 진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자재 공급과 시공 협력 중심이었던 국내 원전 기업들의 역할이 투자와 사업 참여 영역으로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자력 발전소.(사진=뉴시스)
10일 업계와 미 연방 관보 등에 따르면,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지난 7일(현지시각)부터 자국 원전에 대한 외국인 소유·통제·지배(FOCD) 예외 규정을 발효했습니다. FOCD는 미 원자력법상 원전 면허 신청자가 외국 자본의 소유나 지배를 받는다고 판단될 경우 원칙적으로 면허 발급을 제한하는 규정입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예외 조항을 통해 외국 자본의 미 원전 투자 문턱을 낮춘 데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예외 대상국 자본은 미 원전 프로젝트 지분을 원칙적으로 최대 100%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존에는 외국인 지분이 50% 미만으로 제한됐습니다.
한국은 FOCD 예외 대상국에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이나 정책금융, 투자기구가 미 원전 프로젝트에 과반 이상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도 원칙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예외 대상은 한국을 포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튀르키예 제외)과 인도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가 국내 원전업계의 미국 시장 참여 방식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미 원전 사업에서 기자재 공급이나 시공 협력에는 참여할 수 있었지만, 프로젝트 지분 투자나 사업 주체로 참여하는 데는 제약이 컸습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한국 자본이 미 원전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단순 공급망 참여를 넘어 투자와 기자재·설계·시공 수주를 함께 묶는 방식의 사업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나아가 이번 조치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구상과도 맞물릴 수 있습니다. 아직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가 원전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 인프라가 초기 투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미 원전의 외국 자본 참여 문턱이 낮아진 점은 원전 협력 논의에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대미 투자 자금이 원전 프로젝트와 연결될 경우 현지 사업자의 자금 조달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국내 원전 기업들의 미국향 수주 기회도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기업 투자는 주가 상승에 따른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방식도 있지만,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도 있다”며 “국내 기업이 미국 원전 프로젝트에 투자자로 들어갈 수 있다면 기자재 공급이나 건설 참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습니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도 에너지 산업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외국 자본 참여를 넓히는 것은 이익을 공유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번 규제 완화와 맞물려 원전 분야를 포함한 대미 투자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