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검찰청 폐지가 6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공소청은 수사 대신 공소 제기와 유지에만 전념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전망입니다.
검사의 수사권을 '제로'로 만드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이재명정부가 검찰개혁 밑그림으로 제시한 첫 중대범죄수사청법·공소청법 입법예고안은 여권 내부에서조차 '검찰개혁 후퇴안'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철회됐고,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둘러싼 당정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7월엔 검사에게 예외적 보완수사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더욱 커졌고,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해당 목소리가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결국 검사의 수사개시권은 물론 보완수사권을 모두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3일 검찰청 폐지 D-60일을 맞아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수사권 제로'를 완성하기까지 검찰개혁의 8대 변곡점을 짚어봤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중수청·공소청법 '입법예고'…보완수사권 논의는 미뤄
지난 1월12일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중수청법·공소청법을 입법예고하면서 이재명정부의 검찰개혁 구상이 처음 공개됐습니다. 검사의 '수사 개시' 권한은 삭제됐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보완수사권 논의는 형소법 개정안 논의로 넘겨졌습니다. 중수청 수사 인력을 법률가인 수사 사법관과 비법률가인 전문 수사관으로 이원화한 점도 논란이 됐습니다. 검찰청 내 '검사-수사관'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겁니다.
정부안은 여당 안팎은 물론 법조계의 반발을 불렀습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 16명 중 6명(서보학·김필성·한동수·장범식·황문규·김성진)은 정부안에 반발해 집단 사의를 표명했고, 급기야 봉욱 민정수석 책임론까지 제기됐습니다.
결국 정부는 최초 입법예고안을 철회한 뒤, 2월24일 국회 안팎의 의견을 반영해 중수청·공소청법을 다시 입법예고했습니다. 중수청의 수사 범위를 9대 범죄에서 공직자·선거·대형참사를 제외한 6대 범죄로 축소하고, 이원화했던 인력 체계를 수사관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그럼에도 당정 간 잡음은 계속됐습니다. 3월7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정부의 공소청법은 기존 검찰청법을 공소청으로 이름만 바꾼 수준"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대통령 "초가삼간 태울 건가"…당정 갈등 수면 위로
당정 갈등은 점차 표면화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개혁은 외과 시술적 교정이 유용할 때가 많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권 일각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강경파의 의견을 대폭 수용해 중수청법과 공소청법을 수정했고, 두 법안은 3월20~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중수청이 수사를 개시할 때 공소청에 통보하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고, 검사의 특별사법경찰관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등 공소청 검사의 수사 관여 가능성을 완전 차단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총리 "보완수사권 폐지, 정부 입장"…국회로 '공' 넘겨
검찰개혁추진단은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담은 형소법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이어 토론회를 여는 등 의견 수렴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6월25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정부는 형소법 개정안 논의에 손을 떼고, 국회에 맡기겠다'고 한 겁니다. 당시 김 총리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면서도 "정부의 뜻을 당에 전달한 만큼, 이후 정부가 별도의 입법안을 제시하기보다 국회의 자율적 논의와 결정을 존중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7월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민주당의 확고부동한 원칙이며 당내 이견이 없다"고 했지만, 당내에선 예외적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홍기원 의원은 같은 달 8일 "억울한 피해자를 최소화할 수준의 보완수사권을 남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14일엔 아동·장애인·노인 학대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등에 한해 보완수사권을 일부 인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까지 했습니다. 여기엔 고민정·곽상언·김남희·모경종·박균택 의원 등 11명 의원이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달 31일 서울 대검찰청 앞. (사진=뉴시스)
민주당 TF, '형소법 개정안' 발의…"예외적 수사권 필요"
당내 일부 의원의 반발에도 민주당의 보완수사권 폐지 기조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7월9일 형소법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모두 폐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대신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권한을 강화하고 경찰 견제 장치를 보완하는 방안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7월 초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의자 장윤기의 경찰관 부친이 증거인멸에 관여한 사실이 알려지자 검사에게 예외적 보완수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받았습니다.
김남희 민주당 의원도 보완수사권 존치 주장에 가세했습니다. 그는 1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여성 피해자 지원 단체와 변호사들을 만나보니 경찰이 지역에서 너무 유착돼 있다는 점을 가장 걱정한다"고 했습니다. 여성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검찰의 보완수사권 예외적 허용을 요구했습니다.
여당, 보완수사권 폐지 '당론' 추인…7월31일 본회의 통과
각계의 반발에도 민주당은 7월24일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습니다. 다만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아동성범죄·스토킹·장애인 학대·노인 학대)에 대해서는 중수청이 전담 부서를 설치해 보완수사를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결국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소법 개정안은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같은날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은 "법조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과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이 여전히 남겨진 상태에서 형소법이 이와 같이 개정되는 것에 대해 저 또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공소청 출범까지 남은 두 달 동안 하위법령 정비와 조직 개편, 인력 재배치 등이 최대 과제가 될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각선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수사 공백과 사건 처리 지연 가능성을 우려하며 마지막까지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어, 검찰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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