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역사의 법정엔 공소시효 없다"…김창현 작가가 '프락치'를 쓴 이유
"과거의 모든 행위는 오늘의 역사가, 오늘 우리의 선택은 내일 역사가 된다"
2026-08-19 15:50:25 2026-08-19 16:13:2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강제징집과 프락치 강요 공작이 남긴 상처를 다룬 김창현 작가의 장편소설 『프락치』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대학 재학 중 강제징집을 경험하고 이후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김 작가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지워지지 않은 기억과 국가폭력으로 갈라진 사람들의 관계를 소설에 담았습니다. 오랫동안 서랍 속에 묻혀 있던 원고를 다시 꺼내 완성한 김 작가에게 작품을 쓰게 된 이유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프락치'를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처음 이 소설을 구상한 것은 아주 오래전입니다. 강제징집을 당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당시의 기억은 여전히 제 안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강제징집뿐 아니라 광범위하게 진행된 프락치 공작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았습니다. 부모와 형제의 사랑, 친구와 우정, 사람에 대한 믿음까지 무너뜨렸습니다. 프락치 활동을 한 사람도 어쩌면 또 다른 희생자였을 것입니다. 대부분은 상처를 안고 살아갔고, 일부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오히려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기록하고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Q. 오랫동안 묻어뒀던 원고를 다시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 처음에는 글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고 소설을 써본 경험도 부족했습니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에서 공부하며 몇 편의 단편을 썼지만 만족스럽지 못했고, 결국 원고는 오랫동안 서랍 속에 묻혀 있었습니다. 다시 펜을 들게 한 것은 강제징집을 경험한 동시대 사람들이 진상규명과 국가 책임을 요구하기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학창 시절 함께 공부하고 투쟁했던 친구가 경찰 고위직에 앉게 되자 이를 반대하는 동창들의 성명을 보게 됐습니다. 그 순간 이 소설이 붙잡아야 할 모티브가 분명해졌습니다.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있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다시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Q.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A. 지금 '운동권'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호의적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비판과 심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 이름으로 살아온 이들만큼은 최소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더 나은 사회를 꿈꾸며 삶과 죽음을 치열하게 고민했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정의롭게 살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과 생이별을 겪고, 매를 맞고, 끊임없이 반성과 전향을 강요받았습니다. 지금 평범하게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그 시절의 선택과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단체와 사건은 모두 허구이지만, 과거의 모든 행위는 오늘의 역사가 되고 오늘 우리의 선택은 내일의 역사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입니다.
 
『프락치』 표지. (사진=토마토책방)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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