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8·3 부동산 세제개편안 발표 보름째인 19일 서울 강남·서초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대체로 한산했습니다. 손님 발길은 뜸했고 간간이 전화벨만 울렸습니다. "얼마에 내놓아야 하느냐"는 매도 문의와 "급매가 더 나올 수 있느냐"는 매수 문의가 교차했습니다. 호가는 수억 원씩 낮아졌지만 거래는 쉽게 성사되지 않는 팽팽한 눈치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은 확실히 조정됐다”면서도 “전체 매물이 다 떨어진 것은 아니고 몇몇 매물이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중개업소가 파악한 최근 거래 사례를 보면 압구정 현대8차 전용 163㎡는 매도 희망가 80억원에서 73억원으로 가격을 낮춰 거래가 이뤄졌고, 현대3차에서도 신고가 60억7000만원보다 크게 낮은 46억원에 거래가 성사됐습니다. 신현대12차에서는 지난 2월 63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같은 평형인 34평이 현재 56억8000만원에 나와 있습니다.
매수 문의는 많지만 정작 계약까지는 잘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매도인들이 먼저 가격을 낮추는 것을 꺼린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매도인은 50억원을 받고 싶어 하고 매수인은 47억~47억5000만원을 부르는 식으로, 최종적으로 1억~2억원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매도에 나선 이들은 대체로 고령층으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로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역별 온도차도 뚜렷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직전에서는 2·3구역이 먼저 조정됐지만, 이번엔 4구역이 먼저 움직이고 3구역에서도 급매가 나온 반면 2구역은 아직 뚜렷한 거래가 없다는 전언입니다. 최근에는 여당에서 세제개편안 보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관망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1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인근 중개업소에 급매 안내문들이 붙어 있다. (사진=홍연 기자)
서초구 반포동 일선 중개업소들은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직전보다 현재 급매 가격이 오히려 더 낮아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다만 각 단지에서 가격을 크게 낮춘 매물은 한두 건에 그칠 뿐, 전체 호가가 일제히 내려간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중층이 현재 50억원에 나와 있는데 이는 지난 5월 저층이 52억~53억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단계 더 낮아진 가격입니다. 반포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제개편 이후 실제 거래는 거의 없었고 매수자들은 다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리셋되는 걸 지켜보면서 좀 더 싸게 사려고 기다리는 분위기"라며 "9~10월은 원래 상승 시즌이라 지금 나온 급매물부터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매물 늘고 가격도 꺾여…계절적 수요와 세제개편안 보완 변수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현재 신고가 대비 6억원가량 낮아진 수준에 호가가 형성돼 있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32억원 이하 거래가 두 건 성사됐습니다. 전용 76㎡ 로양층이 31억7000만원에, 저층은 31억5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매도인이 특정 시점까지 현금이 급히 필요해 서두른 '특별한 케이스'가 포함돼 있다는 전언입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관리처분 이후 수년간 외부 거주가 불가피한 고령층이 사업 진행 전 매도에 나서는 수요도 있어 세제개편과 재건축 변수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 모습. (사진=홍연 기자)
아실에 따르면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6만5530건으로 세제개편안 발표일(3일)보다 8.4% 증가했습니다. 강남구는 9453건에서 1만479건으로 10.9%, 서초구는 7630건에서 8359건으로 9.6% 늘었습니다. 매물이 늘어난 가운데 가격 상승세도 주춤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8월 둘째 주 조사에서 강남구 아파트값은 전주 0.01% 상승에서 0.02% 하락으로, 서초구는 0.02% 상승에서 0.04% 하락으로 각각 전환했습니다. 두 지역 모두 약 3개월간 이어진 상승세가 꺾인 것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강남 집값 급락'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급매 몇 건이 먼저 가격을 낮췄을 뿐이고, 매물이 소진되면 다시 호가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9~10월 계절적 수요와 세제개편안 보완 여부도 변수입니다.
결국 세제개편 발표 보름이 지난 강남·서초 시장에서는 매물이 늘었고 급매 몇 건은 신고가 대비 수억 원씩 낮은 가격에 손바뀜했지만, 시세 전체의 하락으로 확산시킬 만한 거래량은 아직 뒷받침되지 않고 있습니다. 매도 사유는 세부담, 재건축 일정, 급전 필요 등 지역과 단지마다 제각각이지만, 매수자들은 한결같이 더 낮은 가격을 기다리며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회 심사 과정에서 개편안이 보완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겹치면서, 이미 가격을 낮춰 판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너무 일찍 판 것 아니냐"는 뒤늦은 동요도 감지됩니다. 관건은 정부의 최종 입법안이 확정되는 9월 정기국회 전후로, 지금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가 강남권 집값의 다음 향방을 가를 전망입니다.
한편 세부담과 재산권 침해 우려가 커지자 강남·서초구는 주민 의견을 취합해 정부에 전달하는 한편, 종부세·양도세 변화와 대응 전략을 설명하는 세무설명회까지 잇따라 마련하는 등 대응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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