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취임한 지 50일이 지났습니다. 당내 신설 조직을 대거 꾸리면서 쇄신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 김 대표인데요. 다만 8·17 전당대회 이후 격화된 계파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여전히 찾지 못하면서 여권 분열은 한층 더 거세지는 형국입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앞)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청래' 실명 거론…친청계 유튜버는 고발
김 대표는 5일을 기해 민주당 대표로 취임한 지 50일째를 맞았습니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쥔 김 대표는 취임 직후 각종 태스크포스(TF)와 추진단을 신설하면서 당 쇄신의 고삐를 좼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했습니다.
전당대회 기간 쌓인 정청래 전 대표와의 남은 앙금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 대표는 취임 열흘 뒤인 지난 8월27일 인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정청래 전 대표는 대표적인 '중도는 없다론자'"라며 "우리가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판단의 차이이기 때문에, 절충하기가 좀 어렵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서로 내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정 전 대표가 실명 거론에 불쾌감을 내비치자 김 대표는 "불편을 드렸다면 이해를 구한다"며 한발 물러섰다가 이튿날 "앞으로도 백주대낮에 투명하게 논쟁할 것"이라며 "회의도 생중계하는데 왜 실명 공개 논쟁을 안 하겠나"라고 밝혔습니다.
전당대회 이후에도 진화되지 않은 김 대표와 정 전 대표의 신경전은 지난달 9일 재점화했습니다. 김 대표가 수첩에 서울시장 후보군 이름을 적었는데, 이 가운데 정 전 대표가 포함된 사진이 보도된 겁니다.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정 전 대표를 내보내려는 심산이라는 해석이 뒤따랐고, 정 전 대표가 또다시 반발했습니다.
김 대표의 수첩은 약 한 달 뒤인 지난 1일 다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수첩에는 여러 이름이 등장했는데, 그 중에는 '시사타파'도 포함됐습니다. 시사타파는 친청(친정청래)계 성향의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를 일컫는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과 시사타파TV는 김 대표 취임 이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단적인 예로 김 대표는 8월30일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시사타파TV 운영자 이종원씨를 겨냥해 "윤리감찰단에 긴급 감찰을 통해 긴급 징계 필요 여부를 보고하라 특별 지시를 내렸다"고 알렸습니다. 이씨가 전당대회 직전 국민 여론조사 전화 수신 시 거주지와 연령을 거짓으로 답하도록 유도했다는 정황이 있다는 게 김 대표 지시의 근거였습니다.
이후 민주당은 이씨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고 이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김 대표를 고소했습니다. 당원 정보 접근 권한을 가진 김 대표가 당무 수행 중 취득한 정보를 외부에 공표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범여권으로 갈등 확산…외부서 '통합' 주문
정 전 대표를 포함한 친청계와의 대립에 국한됐던 김 대표 취임 초기 당내 분열은 당 밖으로도 번졌습니다. 조국혁신당과의 연대 방식을 두고 양당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지난달 7일 김 대표에게 과거 합당 논의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에 대한 유감 표명을 요구한 겁니다. 김 대표는 닷새 뒤 조 원장이 출마했던 경기 평택시를 찾아 "합당을 하건 연대를 하건 대원칙은 경쟁력"이라고 답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이 김 대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는 사이 당 안에선 추미애 경기지사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내란 세력에게 전전긍긍한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또 다른 계파 간 분열이 시작됐습니다. 김 대표는 추 지사 발언을 두고 "민주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 또는 도지사의 발언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라며 "왜 그렇게 말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직격했습니다.
김 대표 취임 이후 50일간 당 안팎에서 충돌이 벌어지자 통합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집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김 대표가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은 알겠지만, 굉장히 서두른다"며 "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 (김 대표 리더십을) 흔드는 세력이 있는데,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국 친명(친이재명) 대 친문(친문재인)의 싸움인데 민주당 안에 친문계 의원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의원들을 믿고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0일이라는 기간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국민들 시각에서 보면 '김 대표가 그동안 뭘 했나'라는 물음에 긍정적인 답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 교수는 또 "당내 계파 갈등을 통합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실행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당내 인사 또는 외부 명망가를 영입하는 등 친명계에서 탈피한 인사 혁신이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김 대표 취임 후 50일을 '외화내빈'이라는 말로 정리했습니다. 그는 "벌여놓은 일이 굉장히 많아서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데 내실이 그만큼 따라주지 못한다"며 "굳이 표현을 한다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통합인데, (김 대표의) 통합 행보가 보이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어 눈에 띄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