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상반기 국내 증시에 99조원 넘는 매수세를 쏟아냈던 개인투자자들이 3분기 들어 매도 우위로 돌아선 반면 미국 주식은 꾸준히 사들이면서 투자 방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내 주식은 9월 대규모 매도세로 3분기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미국 주식은 매수 규모가 줄었음에도 순매수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코스피가 급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가 유지되면서 국내외 주식시장을 향한 투자심리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12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99조1737억원을 순매수했지만 3분기에는 5조5902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특히 9월 한 달 동안 14조197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앞선 두 달간의 순매수 규모를 웃도는 매물이 출회됐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7~9월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결제액은 약 76억603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월별 순매수액은 7월 46억4241만달러, 8월 19억6234만달러, 9월 10억129만달러로 감소했지만 석 달 연속 매수 우위를 유지했습니다.
미국 주식 보관액은 7월 말 1714억6580만달러에서 8월 말 1883억6649만달러, 9월 말 1942억9064만달러로 두 달 사이 약 228억달러 증가했습니다. 다만 보관액에는 주가 변동에 따른 평가액 변화도 반영되는 만큼 증가분 전체를 신규 투자자금 유입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매매 방향이 바뀐 배경에는 코스피 하락에 따른 손실 부담과 투자심리 위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1.69포인트(3.65%) 하락한 6384.24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 부담과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이 재부각된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까지 겹치면서 하락 폭이 확대됐습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부진에 대해 "펀더멘털 요인보다는 지난 6월 이후 약세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상당수 손실 구간에 위치해 투자심리가 훼손되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약해지는 가운데 은행 예금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졌습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9월23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1조9000억원 증가한 반면 은행 실세총예금은 43조6000억원 늘었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매수 대기자금 역할을 하는 고객예탁금은 코스피 흐름에 비해 유입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며 "국내 증시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에서는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 성장 기대가 주가를 뒷받침하면서 글로벌 투자자금도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집중되는 모습입니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속되는 고금리 환경 속에서 고성장을 시현하는 국가로 자금이 압축되었고, 국가 내에서도 고성장 서사가 확실한 산업(AI 밸류체인)으로, 나아가 AI 밸류체인 내부에서도 성장성이 한층 돋보이는 개별 업종으로 압축 및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국내 증시가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개선뿐 아니라 향후 이익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신뢰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호실적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내년 이후 실적 전망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김재승 연구원은 "12개월 선행 영업이익 상승만으로는 시장이 가지고 있는 미래 이익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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