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의 그늘)③(단독)숨진 '한전기술 팀장' 유족 "사람을 갈아 넣어야 했다"
"수주 단계부터 이어진 사업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
2026-10-12 06:00:00 ㅣ 2026-10-12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유근윤 기자] "결국 사람을 갈아 넣어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지난 6월22일 루마니아 현지에서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 체르나보다 원자력발전소 삼중수소제거설비(TRF) 사업의 설계를 총괄하던 팀장 A씨가 숨졌습니다. 유족은 A씨가 사망한 건 수주 단계부터 이어진 사업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지난 9월 <뉴스토마토>는 유족을 만나 고인의 사망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음은 유족과의 일문일답.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자력발전소.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이 사건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업의 문제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월성 원전과 체르나보다 원전은 설계 요건과 규제 기준, 촉매 구성이 달라 사실상 다른 설계입니다. 회사는 TRF 경험이 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수주한 셈입니다. 한전기술에 따르면, 루마니아가 최초 공고에선 61개월, 재공고에서 52개월의 공사 기간을 요구했는데 한전기술이 50개월 공정을 개발했다고 했습니다. 결국 사람을 갈아 넣어 (공사 기간을)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부담이 A씨에게 집중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고인은 원래 주동력계통(M1) 전문가인데, 지난해 7월 말 체르나보다 TRF 전담 조직이 만들어지면서 3개 팀이 하던 M1~M3 기계 설계를 총괄하게 됐습니다. 한전기술 사장은 고인 발인 다음 날 현장 인력을 적기에 보강하고 수주 과정의 위험 요인을 사전에 관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그러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장은 또 지난 7월 루마니아를 방문해 현지 직원들을 만난 뒤 "A씨 죽음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사고였다, 그건 팩트"라고 직접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6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자력발전소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전력기술 팀장 A씨가 사망했다. 현지 직원에 따르면, 사고 직후 한국전력기술 사장은 현장을 찾아 직원들에게 "A팀장의 죽음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사고였다"고 말한 걸로 알려졌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이 프로젝트는 수주 초기 단계부터 실현 불가능한 납기와 계약 조건으로 인해 내부에서조차 "이미 터질 것이 터진 사업", "계약상 근원적 결함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공공연히 나올 만큼 구조적 스트레스와 실패 위험이 만연해 있던 걸로 압니다. 그래서 고인은 생전에 손실이 수천억 원, 많게는 1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부담을 토로했고 '이러다 대형 사고 난다'는 압박감에 지속적으로 시달렸습니다. 
 
고인이 사망하기 전 회사 대응은 어땠습니까. 
 
A씨는 6월14일 현장 프로젝트 매니저(PM)에게 면담을 요청해 '일이 힘들다'고 털어놨습니다. 회사는 본사 복귀를 결정했고 24일 가족과 귀국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응급 입원 검토와 24시간 보호, 즉시 귀국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무엇인가요.
 
사람이 죽었는데, 이렇게 끝나는 게 맞나요? 루마니아 현지에 남은 직원들도 애로 사항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는 거잖아요. 회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하고 근로 여건을 바꿔야 한다는 마음입니다. A씨 사례가 아니더라도, 추후 일어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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