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살겠다며 계약 연장 거절…대법, 2년 안에 다시 세 준 집주인 배상책임 인정
실제 거주했어도, 정당한 사유 없이 2년 안에 재임대하면 배상책임
“예상 못 한 사정으로 재임대 불가피했다는 점, 집주인이 증명해야”
2026-10-12 06:01:00 ㅣ 2026-10-12 06:01:00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 연장을 거절한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했더라도, 기존 세입자가 더 살 수 있었던 2년 안에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다시 세를 줬다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사진=뉴시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집주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세입자에게 약 308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10일 확정했습니다.
 
원고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했습니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피고가 자신이 직접 들어가 살겠다며 갱신을 거절했습니다.
 
실제 피고는 2022년 9월 해당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하고 2024년 4월까지 거주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아파트를 보증금 8억2000만원에 다른 세입자에게 2년간 임대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갱신 요구가 거절되지 않았다면 갱신됐을 기간인 2년(2024년 9월)이 만료되기 전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이에게 아파트를 임대했으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갱신 거절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계약갱신 요구 등)은 임대인(집주인) 등이 직접 살겠다는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같은 법 5항은 계약이 연장됐다면 세입자가 더 살 수 있었던 기간 안에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집을 임대하면, 기존 세입자가 갱신 거절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피고는 자신이 소유한 다른 부동산의 세입자 6명이 동시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해, 돈을 마련하려면 해당 아파트를 다시 세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정이 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지난해 5월 1심 피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른 세입자들의 동시 보증금 반환 요구는 계약 갱신을 거절할 당시 예상하기 어려웠던 사정이고, 그 때문에 아파트를 다시 임대하는 일이 불가피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2심은 피고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지난 4월 2심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란 임대인이 갱신 거절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것으로서 제3자에게 임대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을 의미”한다며 “단순히 '경제적 사정이 급하다'는 것과 같은 사유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피고가 기존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하기 전에 이미 다른 세입자 6명과 임대차계약을 맺었으므로,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시기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봤습니다. 또 해당 아파트를 다시 세놓는 것만이 보증금을 마련할 유일한 방법은 아니었다는 사정도 고려했습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재임대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려면 계약 갱신을 거절할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사정이 생겼고, 그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다시 세를 주는 일이 불가피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증명할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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