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북한은 지뢰 피해 사과하고 MDL 대화 나와야
2026-10-12 06:00:00 ㅣ 2026-10-12 06:00:00
북한이 군사분계선(MDL)을 사실상의 국경선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 2024년 4월부터 MDL 근접 지역에서 불모지 개척, 전술도로 조성, 철조망 설치, 지뢰 지대 구축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이 작업은 지난해 3월부터 MDL 전 구간으로 확대됐다고 한다. 합참은 현재까지 MDL 250㎞를 기준으로 불모지 조성은 마무리 단계이고 철책과 지뢰지대, 전술도로는 약 40~60% 수준이 진행된 것으로 평가했다. 나머지 작업도 향후 2년 이내에 완료될 것이라는 게 합참의 예상이다. 작업이 완료되면 비무장지대(DMZ) 북방한계선이 아닌 2㎞ 남쪽 MDL을 따라 155마일의 철조망 띠와 전술도로, 지뢰지대가 한반도를 동서로 가르게 된다. 
 
합참과 유엔군사령부의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발생한 지뢰 폭발은 북한이 국경선화 작업을 통해 조성한 지뢰지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조성한 지뢰지대가 MDL을 침범했다고 판정하며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 지뢰가 폭발한 지역과 같이 유엔사와 우리 군이 인식하고 있는 MDL을 침범해 조성된 지뢰지대 등이 더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MDL을 침범한 지뢰지대에 대한 추가적인 제거 작전도 시행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MDL 침범을 부인하고 있다. 자신들과 무관한 지뢰를 제거하는 건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불꽃이 영토를 1㎜라도 침범하면 강력한 대응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런 상황의 바탕에는 남과 북, 유엔사가 인식하는 MDL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현실이 있다. 현재 한반도에 존재하는 MDL은 총 네 가지다. 첫 번째는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설치된 MDL 표지판 1292개를 이은 선이다. 남과 북, 유엔사 모두가 합의한 선으로 정전협정 체결 당시 사용된 5만분의 1 축적 지도에 선을 그었다. 선의 굵기는 약 1㎜. 실제 지형에서는 50m다. 두 번째는 우리 군이 2004년에 군사지도상에 정한 MDL이다. 2015년 8월부터는 국방지형정보단이 제작한 군사지도의 기준에 따라 MDL을 인식하고 있다. 세 번째는 유엔사의 기준선. 2016년부터 남아 있는 푯말을 측량하고 정전협정 지도에 그어진 선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2만3000여개의 점을 연결해 MDL을 정했다. 이 선은 일본 도쿄를 좌표 체계 기점으로 설정한 동경측지계로 만들어진 정전협정 지도를 국제표준인 세계측지계로 변환한 것으로 64m의 오차가 나타난다. 우리 군과 유엔사의 기준선은 약 60%가 일치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인식하고 있는 MDL이다. 북한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자신들의 기준선을 따라 국경선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MDL 문제가 불거졌다. 일부 구간에서는 우리 군이 인식한 MDL보다 북쪽으로, 반대로 일부 구간에서는 남쪽으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당연히 군은 MDL 남쪽으로 넘어오는 부분에 대해선 경고 방송과 경고사격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번 지뢰 폭발은 우리는 MDL 침범이라고 명확히 인식했지만 유엔사가 애매하니 현장을 봐야겠다고 한 지역에 들어가기 위한 수색로 개척 과정에서 발생했다. 남북 간 MDL 인식 차로 인한 우발 충돌 가능성은 물론 유엔사와의 인식 차로 또 다른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책임이 면해지는 건 아니다. 북한군의 매설 지뢰로 우리 군 장병 여러 명이 부상을 입은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우리 군과 유엔사는 올해 초부터 MDL 일치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북한도 대화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국경선은 어느 일방이 정하고 그으면 되는 일이 아니다. 정전협정 무력화나 완충지대 소멸 등의 MDL 국경선화의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긋고자 하는 선에 대한 인식부터 맞춰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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