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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단순한 친박과 복잡한 비박의 대결
2016-12-18 13:31:45 2016-12-18 13:31:45
공동의 목표는 단순하고 명확한 것일수록 구심력과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익숙할수록 더 좋다. 그런데 사실 상대적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 가는 길은 복잡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명확한 나침반과 리더쉽이 없으면 중구난방으로 지리멸렬하기 십상이고 사람들은 지치기 마련이다.
 
항상 그렇진 않지만 정치권에서 ‘친(親)~’이라고 하는 집단과 ‘비(非)~’라는 집단의 충돌이 대체로 그런 식이다. 공통의 정체성을 가진 집단과 그 집단이 아닌 여집단의 대결에서 후자가 우위를 점하기는 당연히 어렵지 않겠나?
 
지금 새누리당도 딱 그렇다. ‘친박’은 그 정체성인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거니와 집단 전체가 폐족, 멸족 소리를 듣고 있다. 반면 ‘비박’은 진보, 보수 할 것 없는 여론의 간접적 지원사격을 받고 있고 구성원 수준도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친박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누르기는커녕 오히려 배려를 ‘받는’ 듯한 모습이다. 앞으로도 본질적인 상황이 바뀌긴 쉽잖아 보인다.
 
도대체 왜 그럴까?
 
일단 잘못된 것과 옳은 것의 대결이 아니라 단순한 것과 복잡한 것의 싸움 양상이 되가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의 전략은 극히 단순하다. “버티겠다”는 것 외에 다른 건 없다. 욕을 먹어도 상관없다. 몇 달 앞으로 다가올 것이 확실한 대선을 어떻게 대비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도 필요 없다. 애초에 어려운데다가, 자신들이 나서면 더 안 될 일이지만 “개헌을 준비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는 “총선 때는 민심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대답을 내놓고 있다.
 
반면에 비박은 복잡하다. 새로운 보수를 만들겠다는데 대중들에게 그게 뭔지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도 잘 모르는 눈치다. ‘박근혜와 단절하는’까지는 알겠는데 그 다음은 모르겠다. 박근혜와 최순실만 빼놓곤 지금 정부와 비슷하게 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김무성은 내각제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유승민은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외부적으로 비치는 것만이 아니라 내부 상황도 그렇다. “박근혜가 뭘 그리 잘못했냐” 그룹이 “박근혜가 잘못하긴 한 것 같은데 내가 앞장서 공격하긴 부담스럽다”그룹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무기는 “흩어지면 죽는다”는 슬로건이다. 탄핵 투표 당시에는 압도적 여론을 업고 “박근혜가 매우 잘못했다”그룹이 “부담스럽다”그룹을 견인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못하다.
 
이러다보니 “박근혜가 매우 잘못했다”, “절연해야 살 수 있다” 그룹 내에서도 “안에서 철저히 싸우겠다”는 목소리가 슬슬 나온다. 슬슬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 문장의 방점은 ‘싸우겠다’가 아니라 ‘안에서’에 찍혀있다는 점이다.
 
“나가면 마음 편하지만 무책임 한 것이고 안에서 철저히 싸워서 혁신 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식의 주장은 그냥, ‘변명’일 뿐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친박이 승리한 지금, 김무성은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반응했고 유승민은 “일단 당에 남겠다”고 밝히고 있다.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의 차이인지, 대선 출마를 포기한 사람과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의 차이인지 모르겠다.
 
‘안에서’ 친박과 부대끼며 싸우면 당장은 춥지 않을 것이다. 유승민 의원이나 비박이 비대위원장이 될 수도 있을거다. 비대위원 구성에서도 비박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사실 친박은 40% 지분만 갖고 있어도 버틸 수 있다. 오히려 더 홀가분해질 거다.
 
비박 지도부는 야당과 손잡고 같은 당원인 박 대통령과 친박을 압박하던지, 아니면 엄호하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안에서 싸우는 것이 어렵다, 참 복잡하다, 긴 싸움이다, 하지만 이 싸움을 하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다” 같은 소리가 무한반복될 거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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