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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2006년 열린우리당이 전북에선 왜 이겼을까
2017-02-05 14:35:52 2017-02-05 14:35:52
더불어민주당 상황이 요즘 참 좋다. 이재명과 안희정이 차례로 페이스를 올려주고 있다. 어찌보면 최고 수혜자는 문재인이다. 어쨌든 욱일승천하는 안희정, 절치부심하는 이재명, 결선투표는 없다고 자신하는 문재인의 격돌이다.
 
그런데 김부겸은 어디 있을까? 실은 박원순이 중도 하차를 선언한 이후, ‘김부겸이 좀 반사이익을 얻지 않을까’ 싶었다. 전략적 사고와 왠지 모를 미안함 등이 겹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문자폭탄 3000개,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라’는 욕설도 뜸해진 모양이다. 무반응이다.
 
지지율이 안 오르고 대중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는 건 기본적으로 자기 책임이다. 박원순도 그렇고 김부겸도 그렇고. 남 탓 해봤자 소용없다.
 
하지만 두 가지는 지적하고 싶다. “조선일보가 너를 칭찬한다면 그건 민주개혁진영을 교란하기 위한 작전, 나를 칭찬하는 건 수구보수진영 조차 인정한다는 뜻”이라는 이중적 프레임이 횡행하는 곳이 야권이지만 김부겸에 대한 이중잣대는 너무 심하다.
 
김부겸이 보수적 유권자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고 말하면 ‘역시 2중대’가 된다.
 
분당 국면에서부터 지금까지 “반문 연대는 돼서도, 될 수도 없다”, “나는 절대 탈당할 수 없다”고 방파제 노릇을 했던 김부겸이 ‘패권주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과거 박근혜와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도배된다.
 
김부겸 등에 대한 문자공세가 논란이 되자 문재인은 “비방하거나 욕해선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 “SNS나 문자메시지로 찬성이나 비판 의사를 밝히는 것을 ‘특정인을 위해서’라고 폄하해선 안 된다. 정치인이라면 비판적인 문자도 받을 줄 알아야 한다”고 정리했다.
 
안희정이 박근혜 창조경제의 일부 계승이나 대연정을 말하면 ‘진정 노무현의 뒤를 이어가려는 고민’이 된다. 안희정 발 대연정 논란은 문재인과 약속 대련 비슷한 공방을 거쳐 “큰 뜻에서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로 정리된다. 정치엔 그런 거 없지만, 지금 상황은 분명히 공정하지 못하다.
 
둘째는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다.
 
섣부른 이야기지만, 문재인 혹은 안희정이 후보로 나서 집권할 경우 김부겸(개인이라기보다 어떤 그룹의 상징)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높아질 것이다. 민주당 경선이 문재인의 승리로 끝난다면 즉각 이재명과 안희정은 성남시청과 충남도청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선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문재인이 승리하더라도 두 사람은 내년 6월까지 일년 이상 ‘공식적’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빚 진 사람’이 없으니 문재인은 참 좋을까?
 
2002년 대선 승리 이후 참여정부 초기엔, 경선 경쟁자였던 정동영과 김근태가 차기후보군으로 명확히 인정받았다. 각종 인사에 ‘지분’도 인정받았고 당정청 컨트롤 타워엔 다른 몇몇과 함께 두 사람이 항상 참여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노무현은 왜 그랬을까? 의리를 지키려고? 당시 민주당과 결별해 호남세력과 척을 졌던 노무현 입장에서 전북의 기린아 정동영 조차 곁에 없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선거 역사상 여당이 최악의 참패를 거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왜 전북에서는 이길 수 있었을까? 진보진영을 비롯한 참여정부 지지기반의 대부분이 강력하게 반대했던 이라크 파병이 다뤄질때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김근태가 맡고 있었던 건 우연의 일치일까?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노무현과 두 사람이 척진 이후 청와대 주위엔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등만 남았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국정운영과 지지기반이 확충됐나 그 반대였나?
 
문재인이 집권한다면? 어떤 사람들은 문재인 5년은 항상 태평성대이고 여론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 자신한다. 근데 그렇진 않을거다. 차기 정부는 허니문 기간도 매우 짧을거다. 대통령과 기반이나 스타일이 다른 사람들이 주요하게 있어야 자기 홈그라운드에서 욕도 먹어주고 대신 설득도 해주는 거다. 어벤저스나 파워트위터리안으로 안 되는 일이 많다. 바보도 경험으로부터는 배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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