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윤태곤의 분석과 전망)'정치교체'는 죄가 없다
2017-01-15 15:07:17 2017-01-15 15:07:17
“‘정치교체’가 옳냐 ‘정권교체’가 옳냐”는 논쟁은 무망하기 짝이 없다. 특히 “정치교체는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이야기 한 것이다”는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은 솔직히 좀 실망스럽다. 박근혜가 말했으면 다 틀린 말인가?
 
흔히들 총선은 회고적 투표 성격을 강하게 띄고, 대선은 전망적 투표 성향이 강하다고들 한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조기 대선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번 경우는 다르다는 반론도 가능하겠지만, 춧불집회-탄핵 국회 가결-탄핵 헌재 인용의 프로세스라면 상당한 ‘심판’이 이뤄진 것이고 ‘여당’도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조기 대선에선 오히려 전망적 성향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러니 야권도 점점 미래와 비전을 이야기하는 비중을 높일 것이 분명하다. (설마 대선 끝까지 박근혜 심판만 외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부의 양극화, 이념·세대 갈등을 끝내야 한다”, “국민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 등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쏟아내는 발언들은 좀 추상적이어서 문제지, 틀리거나 옳지 않은 건 없다. 저 말들에 계속 시비를 건다면 , 쓸데없는 딴죽을 건다는 느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반 전 총장과 주변 인사들의 지금까지 행보를 비춰볼 때 저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지금 그들의 성향과 역량 속에 저 말을 구현할 힘과 의지가 들어있는가?” 정도 아니겠나?
 
손 쉬운 것은 과거 유사사례와 비교해보는 것이다. 5년 전 폭발적 신드롬이었던 안철수 현상의 주인공 안철수라는 좋은 비교 대상이 있다. 정치교체라는 슬로건 역시 안철수의 새정치를 떠올리게 하고 있지 않나?
 
5년 전 안철수 전 대표의 인기는 돌풍 같았다. 물론 지난 12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드러난 바, 반기문 전 총장의 인기도 뜨거웠다.
 
그런데 당시 안철수를 구성하는 키워드는 ‘공정’ ‘청춘’ ‘경제’ ‘새로움’ ‘이공계’ ‘기부’ 등이었다. 지금 반기문은? 긍정적으로만 꼽으면 ‘안정감’ ‘유엔’ ‘외교’ ‘충청’ ‘글로벌’ 정도일 것이다.
 
물론 두 사람 다 ‘동화책’ 주인공 수준의 압도적 성공 스토리 소유자다. 성공의 크기에선 유엔 사무총장이 소규모 대기업(진보적 보수주의와 유사하다!) 창업자를 압도할지 모른다. 하지만 전자에선 사무총장이라는 자리 자체를 향한 질주 외에 감흥을 주는 스토리나 철학을 찾기 어렵다.
 
“부지런하고 대인관계도 좋다”, “46년 외교관 외길 인생” 이런 건 철학이라 내놓긴 민망한 것들이다. 자기 인생 행로와 결합된 철학을 이야기를 하지 못하면 반기문의 정치교체론은 힘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반기문 개인 뿐 아니라 ‘팀 반기문’도 마찬가지다. 5년 전 안철수에게도 ‘팀 안철수’가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래도 ‘팀 안철수’는 모피아부터 민변까지, 기업인에서부터 민주노총 출신까지, 30년대생부터 90년대 생까지 다양성과 새로움만은 남 부럽지 않았다.
 
그런데 ‘팀 반기문’은 너무 올드하다. 반기문 본인이 올해 74세인데 노신영, 유종하 등이 항상 제일 먼저 언급된다. 반기문의 멘티도 아니고 ‘반기문의 멘토’라니. 그리고 78년생도 아니고, 심지어 78학번도 아니고, 78년에 외무고시에 합격한 인사들이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단다. 게다가 편향적이다. 이동관 전 홍보수석, 곽승준 전 정책기획수석 등 이명박 정부 시절 핵심 인사들이 정무적으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단다. 흔히 비박, 친이, 소장파를 뭉뚱그려 말하지만 이 인사들은 남경필, 원희룡 등 소장파하고도 결이 다른 MB 직계들이다.
 
요컨대 ‘정치교체’는 죄가 없다. 아니 이번엔 반드시 좀 실현됐으면 좋겠다. 문제는 그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