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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올해도 실적은 '장밋빛'…지배구조는 '험로'
삼성, 이재용 부재 속 기댈 곳은 반도체…현대차, 지배구조 사정권에 노출…SK·LG는 상대적 여유
2018-01-02 06:00:00 2018-01-02 07:55:16
삼성 서초 사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새해에도 수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요 그룹들의 표정도 밝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수출 효자군을 책임지는 4대그룹이 대체로 ‘장밋빛’이다. 하지만 정부의 재벌개혁 바로미터로서 지배구조 규제가 본격화되는 점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삼성은 총수 부재 상황이 해를 넘겼다. 이건희 회장은 와병,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 상태에서 새해 첫 날을 맞았다. 내달 5일 2심 선고가 이 부회장과 삼성의 운명을 가른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에 사업 측면에서는 위기가 표면화되지 않았다. 삼성이 올해도 기댈 곳은 반도체다. 공급부족 상황에서 가격협상의 열쇠를 쥐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IT신산업의 수요 확장세도 가파르다. 기폭제가 되고 있는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는 올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독점적 메모리 경쟁력을 한층 더 발휘할 수 있는 구조다.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이르면 하반기 폴더블 디바이스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혁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룹 전체로 보면, 전자에 치우친 수익구조의 한계도 비친다. 특히 조선 불황으로 삼성중공업의 유동성 이슈가 부각됐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1조6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해결하고자 1조500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오는 5월까지 완료가 목표다. 지배구조 문제도 삼성을 괴롭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고리를 재해석,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1%를 추가 매각해야 할 처지다.
 
지난해 사업적으로 힘들었던 현대차는 최악의 국면은 통과했다는 평가다. 중국과 미국에서 부침이 있지만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 회복세로 길이 열리고 있다. 다만, 한미FTA 협상 재개와 고환율 등 자동차 수출길에 복병은 있다. 전기차 시장 본격화로 완성차 이익이 둔화되는 현상도 불안요소다. 현대차는 현재 수소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거의 모든 친환경차를 취급하고 있다. 2020년까지 부분자율주행차 상용화 및 친환경차량 31종 개발을 목표로, R&D 투자 및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그룹 측면에서는 지배구조 이슈에 노출돼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언급했던 데드라인도 넘겼다. 4대그룹 가운데 유독 현대차에 대한 질책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연말 인사 등을 통해 최소한의 제스처는 보일 것으로 관측됐으나 이마저도 없었다. 현재 현대모비스 인적분할 후 지주사 전환, 현대모비스 지분 정리를 통한 순환출자 해소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 전방위로 가해지는 압박도 부담이다. 국회에는 자사주 의결권 제한 법안이 발의돼 있어 현대차가 보유한 자사주 5.89%의 활용도가 막힐 수 있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 법안도 계류 중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관련 총수일가 지분율 규정도 강화될 수 있다. 공정위가 관련 규정에 재량권을 가지고 있어 노심초사다. 규정 강화시 내부거래가 많은 현대글로비스가 문제로 떠오른다.
 
SK는 반도체, 석유, 정보통신의 안정적인 삼각 축 위에 신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등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이룬 효과가 올해 본격화된다. SK텔레콤은 5G 신시장을 놓고 KT와 경쟁 중이다. 정부의 가계 통신 인하 방침이 리스크로,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유가는 중동 산유국과 미 셰일오일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박스권 전망이 주를 이룬다. SK이노베이션이 높은 정제마진을 자랑하는 가운데, 새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바이오 사업도 궤도에 오른다. SK바이오팜이 올해 기업공개(IPO)에 나설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 자녀들 중 처음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한 장녀 윤정씨가 지난해 6월부터 몸담은 곳으로 관심이 쏠린다.
 
LG는 계열사별로 전장사업을 준비해온 작업이 보다 큰 결실을 앞두고 있다. LG전자가 전기차 부품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GM 전기차 등에 대한 핵심부품 매출을 확대하는 중이다. LG화학은 폭스바겐 등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제휴 관계를 넓히고 있다. 중국 시장은 보조금 이슈에 막혀 있지만 한중 관계가 해빙 무드로 전환되면서 기대감도 살아났다.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의 견고한 성장 속에 모바일의 적자 탈출이 여전한 숙제다. 삼성전자와 함께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이슈도 불거졌다. 오는 2월까지 미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삼성과 LG는 미국 내 짓기로 한 가전공장 가동을 앞당겨 충격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험로가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으로 재편 중이나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LCD 시장의 진통을 이겨내야 한다.
 
LG의 승계 진도는 시간을 두고 징검다리 체제를 거치기로 했다. 구광모 상무는 지난해 연말 승진 없이 LG전자의 신성장사업 중 하나인 B2B사업본부 ID 사업부장을 맡아 경험을 더 쌓기로 했다. LG는 지배구조 이슈도 4대그룹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하다. LG상사를 그룹 체제 속으로 편입해 각종 의혹도 사전에 차단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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