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낙하산, 정확한 투하지점만 알려주면 된다
입력 : 2018-12-17 06:00:00 수정 : 2018-12-17 06:00:00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이 결국 취임 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전국에서 줄줄이 벌어진 철도 사고 앞에 버틸 재주가 없었던 것이다.
 
강릉 KTX 사고 이후 “기온 급강하로 선로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추정할 수 있다”고 날씨 탓을 해서 빈축을 산 것, 문재인 대통령도 “부끄러운 사고”라고 질타한 것이 결정타가 된 것 같다.
 
3선 의원 출신 오영식 전 사장의 경력을 훑어보면 참 화려하고도 낯익다.
 
1985년 고려대학교 입학, 고려대 총학생회장, 전대협의장, 투옥,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16대 국회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의원직 승계, 2004년 탄핵바람의 17대 총선에서 서울 강북 지역구 의원 당선,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18대 총선 낙선, 19대 총선에서 국회 복귀, 최고위원 당선, 20대 총선 공천 탈락, 문재인 대선 캠프 조직부본부장, 코레일 사장 취임, 사퇴.
 
386 정치인의 전형적인 이력서다.
 
오 전 사장의 선배 운동권 출신으로 역시 3선 의원을 지낸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 사표로 모자라 기소 위기에 처해있다. 국무총리 정무수석, 민주당 추천으로 국회도서관장을 지낸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사망자까지 발생한 열수송관 누수 사고 이후 질타를 받았다.
 
비판하기도, 이해하기도 쉬운 ‘전문성 부족한 정치권 낙하산’의 전형적 예인 것이다. 그나마 이들은 권한도 많고 책임도 무거운 자리에 앉아있어서 그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지, 괜찮은 대우에도 불구하고 책임질 일이 거의 없는 자리에 잘 찾아가 들어간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어느 정권에선 ‘낙하산’은 필요하다. 공기업이나 국가의 지배력이 강한 자리를 관료 출신이나 그 조직 내부 출신만으로 다 채울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방만해지기 쉬운 조직의 혁신, 국책 기조의 구현 등을 위해서 ‘정무적 인사’가 필요하다.
 
주요 공기업의 상황을 파악하고 변화의 방향을 정한 후 그것을 추동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일을 맡기면 문제될 일이 아니다.
 
이를 코레일에 대입해보자. 오 전 사장이 사표를 쓰기 직전인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강릉선 KTX 사고는 우리의 일상이 과연 안전한가라는 근본적 불신을 국민에게 줬다”면서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참으로 국민께 송구하고 부끄러운 사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승객의 안전보다 기관의 이윤과 성과를 앞세운 결과가 아닌지도 철저히 살펴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생각하면 더욱 절실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8개월 전에도 이 가치 구현을 코레일 사장의 최우선 임무라고 생각하면서 인사를 단행했을 진 의문이다.
 
이후 코레일 사장의 활동을 보면 방점은 북한, 러시아 쪽으로 철도연결과 노사관계에 찍혀있었다. 청와대가 오 전 사장을 임명하면서 그 미션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그게 중요하다고 해서 안전 문제를 놓친 것을 이해해줄 수도 없다. 코레일 사장 쯤 되면 이것 저것 다 챙겨야 한다.
 
하지만 코레일이나 지역난방공사 같은 자리 인사를 하면서 ‘효율이나 정치적 임무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지침을 좀 더 구체적으로 줬다면 상황은 지금과 좀 달랐을 거다.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해내는 힘은 정치인들이 더 강하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낙하산’이 제 역할을 하게 만들려면 목표지점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그 목표지점에 안착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겐 낙하산을 채우면 안 된다.
 
이 두 가지만 지킨다면 낙하산에게 죄를 물을 일이 없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taegonyo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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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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