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자본주의의 꽃밭에 사회주의라니요
입력 : 2019-04-08 00:00:00 수정 : 2019-04-08 08:47:21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2항을 주식시장으로 가져오면 이렇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주식회사의)주권은 주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주주로부터 나온다.’ 
 
올해 정기주총 시즌에는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갑질을 일삼고도 굳건했던 대기업 총수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견제에 한걸음 물러서야 했고, 기업의 위기를 초래한 경영자가 책임을 떠안고 용퇴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설마 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말았다. 물론 그분들은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쓰겠지만. 
 
이곳 외에도 많은 기업들은 주총에서 또 주총을 전후해 갈등과 화합을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어쩌면 먼 훗날 역사는 2018년을 증시에 변화가 시작된 해였다고 남길지도 모르겠다.  
 
이런 결과에 재계가 잔뜩 긴장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그런 긴장감이 ‘사회주의’를 운운하는 것으로 표출됐다. 이건 아니다. 
 
기초적이고 쉬운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하겠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누구일까? 기업의 총수? 대주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분이 절대권력을 휘두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주식을 갖고 있지 않는 한 ‘회장님’, ‘대표님’은 직책, 직함일 뿐이다. 대주주도 5% 이상 주식을 갖고 있다는 의미에 그친다.
 
‘오너(owner)’ 역시 마찬가지. 회사의 ‘주인’이란 뜻으로 그렇게 부르겠지만 진짜 주인인지 아닌지는 주식 수로 가리는 것이다. 만약 ‘회장님’, ‘오너’가 다른 주주들에 의해 뜻을 펴지 못한다거나 자리에서 밀려난다면 그 기업의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는 뜻이다. 아마도 개인이나 국내외 기관,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 또는 그들의 총합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들 모두가 주권자들이다.  
 
주식회사의 주인들이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 주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사회주의’라니. 하필이면 국민연금이라서? 국민연금은 투자한 기업에 문제가 생겨 이익이 훼손되거나 손해가 발생해도 감수하라는 말인지. 여태 주총엔 관심도 없다가 이제 엉덩이 한번 들썩인, 앞뒤 다 재느라 보수적인 의견을 낸 국민연금인데. 거꾸로, 오죽했으면 국민연금이 나섰을까.  
 
올해 유독 거세진 주주들의 요구를 달래느라 기업들이 배당을 많이 늘렸다고 한다. <뉴스토마토>가 코스피, 코스닥 각각 시가총액 상위 50개사들의 임원보수와 배당총액을 분석한 결과 작년보다 23% 이상 현금배당을 늘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고 해도 전체 순이익의 20% 정도다. 선진국의 절반 또는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그 와중에 임원보수도 22%쯤 늘었다. 언론은 주주들의 등쌀에 기업들이 배당 늘려준 것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경영진들도 챙길 것을 챙겼다는 의미다.
 
이번 주총을 계기로 많은 기업들이 주권자들의 존재감에 대해 각성했기를 바란다. 주주들은 기업에 해를 끼치려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좀 기울여달라는 말씀이다. 
 
얼마 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연금 사회주의를 언급하면서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5%로 제한하자고 했다던데, 역설적으로 이 주장은 자본주의 경제가 아니라 사회주의 체제에 어울릴 법한 말이라는 걸 아시는지 모르겠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주식시장에 ‘사회주의’로 덧칠할 생각일랑 말고 ‘자본주의’ 좀 제대로 해보자. 
 
 
김창경 증권부장/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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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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