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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충분히 좋은 거래'의 성공을 바라며
2019-04-11 06:00:00 2019-04-11 06:00:00
김의중 정치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하노이 회담 결렬 40여일 만에 한미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자리다.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렇다고 북한이 절대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란 추측 또한 막연한 주장일 뿐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주변 환경을 만드는 게 우리 정부가 우선시 할 일이다.
 
문 대통령의 가장 큰 임무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긍할 수 있는 카드를 얻어내는 것이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 이후 '일괄타결'과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반대로 북한은 '행동 대 행동'을 원칙으로 단계적 해결을 제시 중이다. 북미 양국의 일방통행식 해법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로 불리는 문 대통령의 중재 방안은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으로 보인다. 북미가 비핵화의 정의에 합의한 뒤 주고받을 것들을 로드맵으로 만들어 포괄적 합의를 이루고, 시간표에 따른 단계적 상응 조치로 비핵화를 달성하는 내용이다. 복잡하고 다소 긴 과정을 거치려는 북한과 신속성을 원하는 미국의 중간점으로, 좋은 아이디어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북한이 한 번에 모든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환상과 같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70년을 적대관계로 살아왔는데, 한 순간에 모든 게 풀릴 것이란 기대는 서툰 희망이다. 긴 호흡으로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 어그러지고 삐걱대도 접점을 찾아가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합의를 이끄는 게 중요하다. 미국과 북한이 틈만 나면 서로를 공격하고 물고 뜯지만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노이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건 아쉽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까운 시간 안에 열자고 했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 대신 '경제 건설 총력 집중' 행보를 이어가는 것도 회담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중재자로서, 촉진자로서, 한반도 당사자로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한다. 필요하면 협박하고 회유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명확한 입장을 확인하고, 남북미 모두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메시지를 받아오길 바란다.
 
북한도 변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대외 또는 외교행사 때 일반적인 국가들처럼 보이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상국가 코스프레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한다면 정상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란 신호를 꾸준히 보내고 있다. 우리 정부와 미국도 같은 입장이다. 기회는 항상 주어지는 게 아니다. 끝까지 자신만의 비핵화 로드맵을 고수한다면 스스로 말하는 자력갱생의 길은 요원할 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보다 실질적이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 논의에 다시 나서길 기대한다.
 
김의중 정치부장(zer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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