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석의 블록체인 생태계 읽기)블록체인과 게임
입력 : 2019-04-23 06:00:00 수정 : 2019-04-23 06:00:00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일반적으로 게임산업에서 우선적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리고 콘텐츠, 그 중에서도 성인물 시장에서 먼저 적용을 하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곤 한다.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아마도 커머스 영역이 가장 늦게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은 이더리움에 이어서 새로운 2세대 플랫폼들이 시장에 데뷔하는 해였다. 아이콘, 이오스, 트론 등 다양한 2세대 플랫폼이 나타나면서 기존 시장이 가지고 있던 속도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조금씩 개선해가고 있다. 그래서 이더리움상에서 게임을 한 번 클릭하면 몇 분씩 기다리곤 했지만, 이제는 속도의 개선에 힘입어 많은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지난 몇 개월간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활성화가 이루어졌지만, 아직 대다수는 단순 겜블링 형태의 게임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상당수 게임의 완성도는 조악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시장에 빨리 진입하기 위해 만들어낸 게임들 중에 조금씩 눈에 띄는 게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몇 명이 만든 이오스나이츠, 크립토 도저와 같이 완성도를 가진 게임들이 하나씩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게임 시장의 탄생
 
필자는 게임시장에 10년에 한 번 열리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인터넷이 활성화되는 시점에 게임을 좋아하는 개발자 몇 명과 디자이너가 게임을 만들어 성공시켜 이른바 대박을 만들어 내곤 했다. 이런 성공 스토리에 사람들이 게임 산업에 몰려 들었다. 그렇게 시장은 커졌고, 수백명의 사람들이 게임 하나에 오랜 시간을 들이고 개발자를 갈아 넣는 크런치 모드를 해야만 시장에 출시할 수 있을 만큼 자본 위주의 싸움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다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조악한 게임들이 등장했다. 초기 앱스토어는 모두 카드게임과 고스톱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이후에도 단순한 게임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렇게 단순한 게임들이 엄청난 중독성을 불러 일으키며 다시 몇 명이서도 도전해 볼 수 있는 시장이 잠깐 열렸었다. 그러나 지금의 모바일 게임은 글로벌 거대 플레이어들과 전쟁을 해야한다. 다시 작은 팀이 호기롭게 도전하던 시기는 지나가 버렸다. 그러다 지금 다시 3~15명이 게임을 만들어 글로벌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당연히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활성화된 시장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겜블링으로 시작 중이다. 그런 도전 중에 새로운 게임들이 하나 둘씩 나오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게임 그 이상의 산업
 
게임은 이미 단순하게 여가시간을 즐기기위한 놀이터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미 국내 스포츠인 중에서 가장 많은 연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e스포츠의 선수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 되었다. 또한 20년 전부터 이미 게임을 통해 수익을 발생하는 일이 이미 국내에서는 당연한 일이 되어왔다. 특정 게임의 '검'을 얻기 위해 조직적으로 24시간 주 7일 캐릭터를 운영하고 업그레이드해서 수천만원의 가격으로 아이템 거래를 해오고 있다. 마치 지금의 채굴장처럼 컴퓨터 앞에 사람들을 앉혀놓고 돌렸던 것이다. 심지어 일부 특수한 아이템은 수억대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게임 생태계에는 거대한 모순이 몇가지 있다.
 
첫째는 이렇게 현실 세계와도 연결되는 재화가 중앙화된 게임사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게임을 중지한다고 해도, 갑자기 아이템의 난이도를 조절해버려서 기존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생긴다고 해도 여기에 대응할 방법은 없다. 물론 게임회사가 게임의 가치를 해치는 일을 할 가능성은 매우 작은 것도 사실이다.
 
둘째는 이렇게 게임의 재화는 게임 외부에서는 영속성을 가지기 힘들고 실제 아이템의 소유주는 플레이어가 아닌 회사에 있기에 실제 소유권을 주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오랜 숙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사토시가 비트코인 백서의 제목처럼 '개인-개인 전자화폐 시스템' 게임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그 가치 그대로 게임 외부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고, 중간자가 없는 시스템이기에 지금보다 훨씬 더 투명하게 운영될 여지가 있다. 또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게임 아이템의 실제 소유주를 플레이어에게 이관하고 게임 외부에서도 자유롭게 거래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의 거버넌스를 적용해서 탈중앙화된 게임 생태계를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아직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았기에 이 또한 다양한 실패 사례들이 나올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성공은 모두가 할 필요는 없고 단 하나의 성공만 있다면 그 외에는 모두 바뀔 것이다.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그리고 MR(융합현실)
 
2019년 오늘 우리의 삶에서 현실세계 의존도는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이미 깨어있는 시간의 대다수를 네트워크와 접속해 있는 세상이다. 통신망의 속도 변화나 기술의 진보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물리적 현실의 삶 이외에 또 다른 세계의 삶도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이미 필자의 아들은 10살인데 다양한 게임을 하고 있다. 물론 골칫거리이긴 하지만 이 역시 이 시대에 감내해야할 일일 것이다. 과연 이 10세 소년이 오현석의 아들 외에도 얼마나 많은 가상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게 될까 생각해보면 그 한계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네트워크와 연결된 초연결의 삶을 사는 세대에서의 매커니즘은 지금과는 다를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삶에서의 기본 화폐는 무엇이 될까? 이러한 세상은 또 중앙화된 기관에 의해서만 운영이 될까? 아직 정답은 없지만 필자는 블록체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 감히 확신해본다.
 
게임은 이러한 미래로 가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고, 블록체인과 게임의 만남은 그런 미래를 예측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 나와 있는 겜블링 게임이 조악하다고 너무 비난만 하기보다는 앞으로 게임과 블록체인이 만들어 낼 재밌는 모습들을 기대하는 너그러움이 모두에게 필요한 때다.
 
오현석 디블락 대표(oh@debl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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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찬

중소벤처기업부, 중기 가전 등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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