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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펀드 투자정보는 숨은 그림 찾기인가요?
2019-05-09 00:00:00 2019-05-09 08:03:43
지난주의 일이다. 연재기사 취재차 A 자산운용사에 전화를 했다. 해외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펀드였는데 폐쇄형이라 오래 전 모집 마감했지만 수익증권으로 거래가 가능한 종목이었다. 증시는 불안하고 환율은 오르니 안정적으로 1년에 한두 번씩 월세수익을 챙길 수 있는 이런 부동산펀드 등이 한두달 전부터 뜨고 있던 터였다. 증시에 상장된 펀드들 뿐 아니라 평소 외면 받던 상장수익증권 쪽도 거래가 조금씩 늘고 있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렇게 나날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과는 달리 운용사의 소통은 너무나 일방적이다. 배당주에 관심 있는 투자자였다면 특정 주식종목이 매년 얼마씩 배당했는지 쉽게 찾을 수 있을 텐데, 펀드는 그렇지가 않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와 해당 운용사 홈페이지에서 운용보고서를 찾아 뒤져봐도 ‘1주당 배당금 얼마’처럼 ‘기준가 1000원당 얼마를 분배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산 때마다 분배금을 얼마씩 줬는지 이력을 문의한 건데, 돌아온 답은 “알려줄 책임이 없다”였다. 책임은 없지만 알려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내부검토를 거쳐서 통보하겠다며 며칠 걸릴 거라고 한다. 
 
펀드 모집 당시 1년에 몇 퍼센트의 예상수익률을 앞세워 홍보했던 펀드였다. 투자자는 그것 때문에 해당 펀드에 투자를 결정했을 것이다. 그런 기본적인 정보조차 말해줄 수 없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기자가 아니라 투자자였다면 어떤 응대를 받았을까?
 
공교롭게도 두달 전쯤 이 운용사의 또 다른 특별자산펀드, 역시나 증시에 상장돼 있는 상품을 기사화한 적이 있다. 청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투자자들 사이에 잘못된 정보가 돌았는지 청산가격이 현재가보다 훨씬 높다고 알려져 주가가 급등 중이었다. 바로잡아야 했기에 기사화했고 ‘덕분에’ 급등하던 주가는 급락으로 돌아섰다. 
 
이 기사를 본 어느 투자자가 기사에서 언급한 숫자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를 물어왔다. 취재한 내용이라고 하자 그는 인터넷 토론방에 운용사를 비난하는 글을 쏟아냈다. B 운용사의 특별자산펀드는 큰 손실을 냈지만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줘 투자자들이 판단을 할 수 있었는데, A 운용사는 한마디도 없다가 캐물은 기자한테만 알려줬다는 내용이었다. 
 
주식은 전자공시만 뒤져도 웬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펀드는 그렇지 않다. 주식보다 더 대중적이어야 할 상품에 대한 정보 접근성은 그야말로 숨은 그림 찾기에 가깝다. 
 
그렇다면 모든 운용사가 그럴까? 요즘 매일 신고가를 쓰고 있는 맥쿼리인프라펀드는 홈페이지에 해당 펀드에 관한 정보들, 예를 들어 투자자산들의 현황과 전망, 이익, 배당이력 등을 자세하게 또 보기 좋게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사실 알고 보면 맥쿼리인프라나 앞서 언급한 수익증권(부동산펀드)이나 기대수익률은 비슷하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맥쿼리인프라로 몰려가게 된 이유는 이런 데서 갈린 것이 아닐까.
 
부동산펀드들의 판매보수와 운용보수, 수수료 등을 굳이 거론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 대가로 투자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서비스를 누리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분기마다 제공하던 운용보고서를 반기 단위 보고로 바꾼다는 소식이다. 일이 많아 그럴 것이다. 고충을 이해한다. 하지만 반기든 연간이든 보고서에는 부디 투자자들이 진짜로 궁금해 하는 것들이 실렸으면 좋겠다. 공모펀드 시장을 포기한 게 아니라면. 

 
김창경 증권부장 /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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