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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ABC)암호화폐 투자 환불 가능한 '다이코'
투자자 보호 취약한 ICO 대안…자금 집행·환불 투표로 결정
2019-05-18 12:00:00 2019-05-18 12:00:00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우리 정부는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암호화폐공개(ICO) 금지 방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ICO를 통해 좀 더 쉽고 빠르게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 ICO는 투자 위험성이 높은 게 사실이죠. 백서만 보고 투자했다 실제 프로젝트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투자자가 프로젝트 진행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국내 1호 ICO로 유명한 보스코인 프로젝트도 일부 투자자들은 기존 개발사와 메인넷이 교체되고 암호화폐가 새로 발행되는 데 대해 반발하고 있습니다. 투자 당시 제시됐던 프로젝트 계획에서 달라지는 상황들 때문입니다. 투자 자금을 환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보스코인 프로젝트는 지난해부터 재단과 개발사의 내부 갈등으로 여러 잡음이 들어왔고, 최근 재단이 개발사를 교체하고 새로운 플랫폼과 암호화폐 발행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동안 ICO를 이용한 사기도 적지 않았습니다. 자금 횡령이 대표적입니다. 거짓 백서를 만들어놓고 ICO로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한 후 자취를 감추는 것이죠. 프로젝트 로드맵에 따라 개발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 빨리 개발이 완료돼 상장하기만 기다리는 투자자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됩니다. ICO로 투자했다고 해서 프로젝트에 관여하거나 적절히 견제할 어떤 권한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더구나 ICO는 투자금 전체가 한 번에 조달되는 방식이라, 투자금이 잘못 사용돼도 이를 제재할 뚜렷한 수단도 없습니다.
 
보스플랫폼재단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에서 기존 보스코인을 대체할 보아코인 발행 계획을 밝혔다. 사진/보스재단
 
이런 ICO 방식의 문제점 때문에 ICO를 대체할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됐죠. IEO(거래소공개)나 IBO(암호화폐대가공개), STO(증권형토큰공개) 등이 모두 ICO 대안들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ICO를 보완한 형태의 다이코(DAICO)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1월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제안했는데, 부테린은 ICO 문제가 블록체인 프로젝트라는 중앙화된 조직 때문에 일어난다고 진단했습니다. 다이코란 명칭도 탈중앙화 자율조직을 뜻하는 다오(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와 ICO의 합성어입니다.
 
투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은 기존 ICO와 유사합니다. 다만 그렇게 유치한 투자금을 한 번에 프로젝트에 전달하지 않고, 개발 진행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급하는 점이 다릅니다. 자금 집행이 프로젝트가 아니라 참여한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을 통해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만약 프로젝트가 백서에 제시한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투자금 환불도 가능한 구조를 갖췄습니다. 투자자들이 프로젝트 개발 단계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제공되는 셈입니다.
 
다이코 방식은 이더리움이 제공하는 스마트 계약을 통해 이뤄집니다. 투자자들은 투표를 통해 자금 집행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면데, 탭(tap)과 리펀드(refund) 투표가 스마트 계약을 진행됩니다. 탭 투표는 수도꼭지(tap)에서 물이 조금씩 나오듯이 투자금을 일정 기간에 나눠서 집행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프로젝트 진척 상황에 따라 투자자 과반수 이상이 자금 집행을 반대하면,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자금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리펀드 투표를 통해서는 프로젝트를 종료할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프로젝트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리펀드 투표를 통해 남아있는 투자금을 환불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투자를 취소하고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ICO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업계에서 다이코는 현재 부테린이 처음 제안했던 당시 만큼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ICO 시장 자체가 가라앉은 탓이 클 겁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입장에서 투자자 친화적인 다이코 방식이 부담스럽기도 할 것이고요. 앞으로 어떨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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