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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진또배기' 되어야 하는 21대 국회
2020-06-05 06:00:00 2020-06-05 0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트롯이 대세다. 종편 방송에서 남성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채널마다 트로트가 넘쳐 나고 있다. 트로트라는 장르가 갑자기 생긴 건 결코 아니다. 일종의 유행이다. 로큰롤과 발라드가 흥행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간단하게 따라 부르기 쉽고 흥겨운 트로트가 요즈음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트로트 경연대회 출신자를 자주 볼 정도로 대박 행진 중이다. 특히 최근 다시 주목하게 되는 노래가 진또배기다. 나온지 30년이나 되는 곡인데 서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담고 있는 가사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트로트만큼이나 관심을 모으는 이슈가 21대 국회의 시작이다. 올해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 19 감염 재난으로 우리의 일상은 애초 계획과 많이 달라졌다. 학생들은 제 때 입학하거나 등교하지 못했고 덩달아 학부모를 비롯한 시민들의 연초 계획은 무너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일정에 실시된 것이 선거였다.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났던 2월 말 또는 3월 초를 되돌아본다면 정상적인 선거 실시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지난달 30일부터 21대 국회는 시작되었다. 국민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직전 국회인 20대 국회가 워낙 혹평을 받았던 탓에 이번 국회에 대한 '기대'는 매우 높아졌다. 게다가 코로나 19 경제 팬데믹을 극복해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1대 국회를 향한 '기대'와 '책임'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성과'가 있어야 한다. '진또배기'처럼 국민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21대 국회를 바라보는 첫 번째 모습은 '높은 기대'다.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는 직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다음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러진 정치 이벤트였다. 국민들은 붕괴된 민주주의 앞에서 자괴감으로 둘러싸였다.
 
광화문 광장으로 나온 촛불 민심은 국민들 앞에 정직하고 투명한 지도자를 염원했다. 촛불 민심의 우리 국민들은 4월 총선에서는 여당에 힘을 실어주었다. 국민들은 21대 국회가 마주할 4년을 국난 극복의 시기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물론 야당과 협력 없이 여당이 하고 싶은 대로만 하라는 주문은 아니다.
 
코로나19가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심각하게 세계 경제를 유린할지 알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21대 국회는 이번 위기를 극복할 각오와 의지가 있어야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5월 26~28일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21대 국회가 4년 역할을 잘 수행할지 여부'에 대해 물어보았다. '잘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가 3명 중 약 2명이나 되었다. '높은 기대'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들이 국회에 두 번째로 바라는 것은 '높은 책임'이다. 20대 국회가 온갖 비난을 받았던 이유는 실천 없는 말잔치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법안 처리 비율이 직전 국회와 비교하더라도 낮았다. 전직 대통령 탄핵과 선거를 3번이나 치른 시국의 국회로 보기 어려웠다. 정당의 진영 대결 충돌 속에서 국민들은 두 쪽으로 나눠졌다. 통합과 협치라는 숙제를 국회는 외면했었다. 심지어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진통 끝에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결과적으로 취지에 역행하고 말았다.
 
20대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호된 야단을 맞았던 결정적 이유는 '낮은 책임' 때문이다. 국회 파행의 원인은 분명했지만 '높은 책임'은 없었다. 21대 국회가 역대 최고의 국회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이 '높은 책임'이다.
 
21대 국회를 바라보는 세 번째 국민 시선은 '높은 성과'로 향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들이 국회에 바라는 응답을 받은 후 워드클라우드 분석한 결과 '국민'과 '일'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았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건 '이념'도 '색깔'도 아닌 성과다.
 
21대 국회가 당면한 과제는 무겁다. 지난 국회와 달리 국민 화합에 앞장서야 하고 코로나 19 위기 극복도 해야 한다. 실질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 성과를 목표로 하는 21대 국회는 '권력'이 아닌 '국민서비스'의 첨병이 되어야 한다. 어느 정당이 상임위원장 몇 자리를 차지할지, 법사위원장이나 예결위원장 자리를 어느 정당이 가져갈지는 철저하게 국민의 이익을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21대 국회를 '높은 기대', '높은 책임', '높은 성과'로 평가할 것이다.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바다의 심술을 막아 주고 말없이 마을을 지켜 온 진또배기 진또배기.' 21대 국회는 '진또배기'가 될 수 있을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자. 국민이 바라는 21대 국회는 '진또배기' 같은 모습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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