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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유진투자증권(001200)이 영업점을 중심으로 인력조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인력조정은 불황기가 아닌 실적 회복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번 인력조정이 선제적인 위기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모그룹의
YTN(040300) 인수를 염두에 둔 그룹의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적 개선세에도 인력조정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 형태의 인력조정을 마무리했다. 최종 퇴직 인원 규모는 22명 정도로 퇴직 대상자에겐 일정 수준의 위로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투자증권 본사 (사진=IB토마토)
유진투자증권의 인력조정은 주로 리테일 부문 영업점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앞서 유진투자증권은 기존 오프라인 점포 통합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영업점 인력에 대한 조정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유진투자증권의 인력조정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근 실적 회복에도 불구하고 이뤄졌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3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4% 늘어난 182억원,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26%, 252% 증가한 2820억원, 231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까지 중소형 증권사에선 영업점 통폐합을 비롯해 구조조정이 잇달았다. 부동산 관련 충당금 적립 부담이 사업구조 개편까지 이어진 것으로
SK증권(001510)과 아이엠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고금리 시기 부동산 위기에도 흑자를 기록한 유진투자증권이 다소 늦은 시점에서 인력 조정에 나선 것에 의문이 남는다. 다만 유진투자증권은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장에 선제적인 대응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높아진 시장 금리와 더불어 시장의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물론 실적 회복 시기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목적에서 인력 개편을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유진그룹, YTN 인수 '일단 멈춤'
일각에선 이번 구조조정을 유진투자증권 매각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유진그룹에서 차지하는 유진투자증권의 비중을 고려하면 매각보다는 그룹의 핵심 이슈인
YTN(040300) 인수를 대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사진=YTN)
지난 11월28일 서울행정법원은 YTN 우리사주조합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한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해 2월 유진그룹의 YTN 인수 당시 상임위원이 2명으로 구성돼 합의제 기관으로서의 성격을 위반했다는 해석이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유진그룹의 YTN 인수는 멈춘 상태다. 인수 대금 반환이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히면서 유진그룹의 YTN 인수는 불확실해졌다.
유진그룹이 계열사 '유진이엔티'를 통해 한전KDN(21.43%)과 한국마사회(9.52%)가 보유한 YTN 지분 30.95%를 인수했다. 인수에 투입된 금액은 3199억원으로 이는 YTN의 현재 시가총액 208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법원 판결을 따르자면 원칙적으로는 유진이엔티에 지분을 넘긴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인수 자금을 돌려주고 지분을 되사와야 한다. 하지만 한전KDN을 비롯한 기존 YTN 대주주들은 매각 자금을 이미 신규 사업 투자와 주주 배당으로 사용해 인수금액 반환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상현 한전KDN 사장은 "신사업 투자·주주 배당 등에 YTN 지분 매각 자금을 사용했다"라며 “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대주주에 다시 복귀할지는 검토해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도 지분 재매입에 필요한 자금 마련이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유진그룹도 법원 판결에 항소를 검토 중이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직후 유진그룹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라면서도 "법원의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를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YTN 인수 관련 분쟁 장기화 대비 '포석'
유진그룹은 1954년 건빵 제조 사업으로 시작, 현재는 레미콘사업과 증권업이 그룹 핵심 축으로 이뤄져 있다. 사세 확대는 레미콘사업을 영위하는
유진기업(023410)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건설경기 불황과 원자재가 상승 압력으로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반면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고금리 상황에도 흑자를 유지하는 저력을 보이며 그룹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진투자증권의 인력조정은 그룹 차원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YTN 인수 관련 법적 분쟁이 길어질 경우 그로 인한 비용부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캐시카우인 유진투자증권의 몸집을 줄여 부담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유진그룹 입장에선 YTN 인수가 불발된다고 해도 크게 타격을 입는다고 할 수 없겠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방송업 진출 기회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클 것"라며 "결국 방송업 진출에 대한 오너 일가 의지에 따라 그룹 주요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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