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엔저 현상과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이 혼재된 일본 증시는 어지러운 행보를 나타내고 있으나 일본의 배당주를 모으기엔 나쁘지 않은 환경입니다.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앞서 밸류업 정책을 시행하며 배당성향을 높인 덕분에 5%를 넘나드는 고배당주들도 적지 않습니다. 엔화가 저렴할 때 차곡차곡 모으며 먼 훗날을 기약하는 것도 좋은 투자법입니다.
‘엔저-금리 인상’ 어느 장단에 춤추나
4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33%% 급등하며 5만1028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5만선을 무너뜨린 지 13영업일 만의 5만선 탈환입니다. 그 사이 일본에선 우려 섞인 전망이 많이 나왔는데요.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표방하는 완화 정책과,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일본은행의 시각이 엇갈려 앞날을 예측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일본 주식시장은 환율에 민감해 엔화가 약세를 보일 때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올해 니케이지수도 엔·달러 환율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나타냈습니다.
지난 10월에 취임한 다카이치 신임 총리 또한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을 예고했습니다. 아베노믹스 시즌2를 예고한 셈인데요. 이로 인한 엔저 현상이 강화돼 올해 4월 달러당 140엔 초반까지 하락했던 엔·달러 환율이 이 과정에서 급등해 지난달 20일 157.63엔을 기록했습니다. 환율에 민감한 일본 주식시장도 상승폭을 키워 사상 최초로 5만선을 돌파했습니다.
다만 막대한 재정 지출이 유발할 물가 상승이 걸림돌입니다. 현재 일본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 수준으로 일본은행의 목표 2%를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물가가 뛰면서 일본 국채금리도 가파르게 올라 30년 만기 금리가 3.4%, 40년 만기 국채는 3.7%대를 기록 중입니다. 한국 국채 30년 물이 3.2%이므로 그야말로 고공행진입니다. 금융·외환시장의 쏠림, 물가 상승에 결국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는데요. 그러자 이번엔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언뜻 보면 재정 지출을 통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금리 인하를 늦추며 물가를 관리하려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관계처럼 보이는데요. 일본의 경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은 어디까지나 완화적인 환경 안에서의 조정”이라고 언급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실적 몰라도 배당은 미리 약속
그 결과 현재 일본 시장은 엔저와 재정 지출,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이 뒤섞여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안갯속입니다. 정부의 노력에도 국가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는 상황을 매우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정부의 의지로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긍정적 해석도 있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한데요. 달러 대비 원화보다 엔화가 더 약세인 것이 골칫거리입니다. 엔화가치 상승을 예상하고 일본 주식 등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자산 가격 상승분을 원·엔 환율 하락이 까먹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지난 4월 100엔당 1000원을 넘었던 원·엔 환율은 지난달 초 930원 부근까지 밀렸다가 현재 940원대에서 거래 중입니다. 엔저가 강해질수록, 즉 원·엔 환율이 하락할수록 환차손도 커지게 됩니다.
이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이 일본 배당주 투자입니다. 엔화로 지급되는 배당금을 장기간 차곡차곡 적립할 경우 지금보다 엔저가 약해지거나 외환시장이 반전했을 때의 우려를 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밸류업 정책을 시행해 주주환원 확대, 자본효율성 개선 강력히 요구받았습니다. 특히 주주자본배당률(DOE) 제도를 도입해 배당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 것이 투자자들에겐 매우 긍정적입니다. DOE 정책은 배당금을 그해 이익의 변동과 상관없이 자본의 일정 비율을 배당하는 제도로 도쿄증권거래소(TSE)가 이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량 대기업들부터 DOE를 도입해 천천히 자리 잡아가는 중입니다. 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성향 또한 30% 수준에서 40%대로 높아졌습니다.
니케이는 3월 결산 상장기업 약 2300개사의 내년 3월 배당 총액은 19조9900억엔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일본 배당투자, 배당ETF 무난
증시 전체의 배당이 증가해도 그래서 무엇에 투자해야 할지를 모르는 투자자들이 많을 텐데요. 우리 증시처럼 우량 배당주들만 모아놓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선택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Next Funds Nikkei225 High Dividend Yield Stock 50(종목기호 1489) 등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1월 4.0엔, 4월 40.0엔, 7월 6.0엔, 10월 39.0엔씩 연간 89엔을 분배금으로 지급했습니다. 3일 종가 2750엔 대비 3.2%의 배당수익률입니다.
이보다 월등하게 높은 배당수익률을 노린다면 개별종목 중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야후재팬(finance.yahoo.co.jp) 증권 메뉴에서 배당주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 NTT 등이 3%대, 혼다, 미쓰이상선 등은 4%대 중반의 배당수익률이 예상됩니다. 배당수익률로는 구로다그룹, 아이티미디어 등이 상위에 랭크돼 있습니다. 일시적 폭탄배당이나 이익 초과 배당주도 포함돼 있어 개별 기업의 실적은 물론 배당 여력, DOE 종목 여부 등 확인할 것들이 많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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