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 타결 발표 하루 만에 다시 기싸움에 돌입했습니다. 이번주 예정된 양해각서(MOU) 서명식 이후부터 시작될 60일의 협상이라는 '본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핵 협상까지 무산될 경우 자칫 '노딜'이라는 오명뿐인 전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나선 JD 밴스 미국 부통령(가운데)이 지난 4월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해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왼쪽)과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한 페이지 반짜리 'MOU'…60일 협상 '본게임'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대이란 협상팀 수석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이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이미 종전 협상을 위한 MOU에 전자 서명을 마쳤습니다.
해당 MOU는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밴스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공식 서명에 나설 예정입니다.
<CNN>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MOU는 한 페이지 반 분량"이라며 "매우 대략적인 문서"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해당 설명에서 발생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미 MOU 타결 소식을 발표했지만 합의문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이란 매체에서만 14개 조항의 MOU가 전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대략적 문서'를 놓고 미국과 이란의 주장 및 해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번 MOU가 구체적인 합의 사안을 담은 것이 아니라 '행동과 행동'에 따른 이행이라는 큰 틀의 합의만 설정하고, 주요 쟁점을 추후 60일의 협정으로 넘긴 영향입니다.
양측의 MOU 해석 전쟁이 두드러지는 곳은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가 영구 면제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란 <파르스 통신>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수수료' 징수권이 인정된 MOU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통행료가 아니라 수수료를 명목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MOU에 '60일간의 호르무즈 무료 통행'이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해석이 갈릴 수밖에 없는 합의문인 셈입니다.
동결자금 해제도 문제입니다. 이란은 MOU 서명과 동시에 동결자금의 일부가 해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동결자금 문제는 앞으로 60일 협상의 '지렛대'에 해당하는데, 동결자금 해제가 앞으로의 핵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이란에서는 60일 협상 과정에서 120억달러 규모의 동결자금이 해제돼야 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국의 입장은 다릅니다. 동결자금의 선 해제는 없다는 건데, 행동 대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필수라는 설명입니다. 동결자금과 제재 해제는 이란의 핵포기 범위와 이행과 연계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핵 합의 일단 포기…성과 기대 어려워"
관건은 60일간 이어질 핵 협상의 성패입니다. 핵 협상이 이미 진행되는 와중에 발생한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핵 문제'가 가장 큰 명분이었습니다. 결국 "이럴 거면 전쟁을 왜 한 거냐"라는 미국 내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핵 협상의 진전은 필수적입니다.
문제는 핵 협상마저 '노딜'에 가까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겁니다. 현재 양측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 불가'라는 입장에만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이란은 애초에 "핵무기 개발 의도가 없다"라는 입장이라, 원칙적 수용에 불과합니다.
결국 핵 프로그램 처리에 있어 보유 중인 고농축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거나 폐기할 것인지, 우라늄 농축 시설과 원심분리기 해체, 국제사회 검증 등이 쟁점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이란은 여전히 농축우라늄의 자국 내 보유와 평화적 목적의 핵 프로그램이 주권이라는 입장입니다. 즉 반대급부로 작용하는 제재의 해제와 해외 동결자산 해제가 '당근'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란은 전쟁에 따른 복구 자산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핵 합의는 우선 포기하고 뒤로 미뤄놓은 것"이라며 "단선적으로 비교는 어렵지만 오바마정부의 핵 합의보다 좋은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60일의 협상이 앞으로 더 길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우선은 해외 변수보다 유가가 미치는 영향이 큰 미국 내부 여론을 먼저 챙기기 위해 핵 합의 부분은 뒤로 미뤄둔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현재 양측의 협상 외에도 이스라엘의 '돌발 행동'이 변수로 남아 있는데요.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스라엘이 (양국의 협상에) 불편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통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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