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뉴스토마토 강석영·정주현 기자]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 등 ‘연어·술 파티 의혹’ 당사자들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국민참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일제히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법정에서 공개된 쌍방울그룹 법인카드 결제 내역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접견 녹취록 등 객관적 증거들은 이들 진술과 배치되는 정황을 가리켰습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송병훈)는 16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의 국민참여재판 7차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수원지검은 지난 2024년 10월 이 전 부지사가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 사건 조사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2023년 6월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에서 연어회덮밥 등 저녁 식사 중 소주를 제공받았다'고 말한 걸 위증으로 보고, 지난해 2월 그를 기소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간 “검사실로는 외부 음식조차 반입된 적 없다”고 부인해 왔습니다.
반면 지난해 9월 법무부 특별점검팀이 조사한 결과, 검찰청사로 연어회덮밥과 술이 반입된 건 물론 진술 회유 의혹도 사실로 인정됐습니다.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지난 1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연어·술 파티' 의혹과 관련한 국민참여재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이날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 측은 연어·술 파티 의혹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가장 강력한 물증은 쌍방울그룹 법인카드 결제 내역입니다. 연어·술 파티 의혹이 발생한 날로 지목된 2023년 5월17일 오후 6시34분 수원지검에서 약 150m 떨어진 편의점에서 소주(360ml) 3병과 생수(500ml) 3병이 결제됐습니다. 3분 뒤인 6시37분 소주 1병이 추가 결제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추가 결제 내역입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생수병에 소주가 채워져 반입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소주 1병을 추가로 결제한 건 500ml 생수병 3개(1500ml)에 꽉 차게 담기 위해 한 병을 더 산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소주 4병의 총량은 1440ml입니다.
김 전 회장의 당일 접견 녹취록도 술 반입 기획 정황을 드러내는 결정적 증거로 꼽힙니다. 김 전 회장은 구치소 접견실에서 지인에게 “오늘이 결전의 날이야. 이화영이 대질하는 날인데 오늘은 지가 마음의 문을 열어서 진실대로 가야지”라며 “소주라도 한 잔 먹고 가서 이야기하면 편할 판인데, 내가 변호사한테 이야기해 봤으니까. 물 있잖아 석수 같은 거. 한번 이야기해 보라고 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술을 반입한 인물로 지목된 박상웅 전 쌍방울그룹 이사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박 이사는 “검찰 조사로 스트레스를 받아 수행비서에게 소주 3~4병을 사라고 지시했다”며 “(조사 끝나고) 서울 올라오는 길에 마셨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소주 1병이 추가 결제된 점, 쌍방울 법인카드 결제 내역 중 수상한 부분 등을 묻는 질문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박상용 검사도 연어·술 파티 의혹은 “망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검사는 “술 반입을 지시하거나 가담한 적이 없고, 눈치챈 적도 없다”며 의혹을 일축하면서 교도관 전원과 공모하지 않는 이상 검사실로의 술 제공은 불가능하다는 논리도 폈습니다.
박 검사는 아울러 의혹이 나온 데 대해 교도관들에게 책임 화살을 돌렸습니다. 박 검사는 “책임은 저보다 교도관이 훨씬 더 (많다). 도주와 다른 물질 섭취를 방지하는 게 그분들의 업무”라며 “저는 영상녹화실에서 조사하고 있는데 대기실 상황까지 책임 있다고 할 수 있느나”라고 했습니다.
연어·술 파티 의혹 당일 검찰이 어떤 수사 행위를 했는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등의 출정 기록은 있는데, 피의자신문조서나 면담보고서 등 수사 기록은 없는 겁니다. 이에 대해 박 검사는 “대질조사를 위해 (피의자들이) 모였을 것”이며 “조사 내용이 별로 없어서 만들 게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박 검사는 의혹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사실을 부정하기도 했습니다. 박 검사는 “이 전 부지사가 주장했고, 법무부에서 조사해 봐야겠다고 해서 서울고검과 대검 감찰팀에서 수사했다”며 “법무부의 조사 결과는 일종의 공소장 같은 것이다. 공소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법무부, 대검, 서울고검의 결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검에 따르면, 감찰에서 술 반입과 박 검사의 관리 소홀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다만 감찰위원회에서 박 검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해 최종 징계청구서에서 제외된 겁니다.
한편, 당시 이 전 부지사를 대리했던 설주완 변호사도 증인으로 출석해 “술 냄새를 풍기는 흔적을 목격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설 변호사가 검찰과 유착해 진술 회유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이날 김 전 회장 접견 녹취록을 근거로 김 전 회장과 설 변호사 간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김 전 회장과 설 변호사 모두 근거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를 향해 “나를 매도하고 남 탓만 하느냐”며 고성을 질러 신문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경기 수원=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경기 수원=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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