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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자유한국당 제 몫 찾아주기
2017-03-20 06:00:00 2017-03-20 06:00:00
현직 광역단체장 2명을 포함해 중진급부터 원외 청년위원장까지 수도권, 영남권, 충청권을 대표하는 9명의 주자들이 나섰다. 1차 컷오프에선 부산의 3선 의원, ‘메이저 신문’ 논설위원 출신의 보수 논객 등이 탈락하고 6명이 남았다.
 
3당보다 1당과 차이가 훨씬 작은 제2당이자, 직전 여당인 자유한국당 이야기다.
 
자유한국당은 다음 컷오프에선 6명을 4명으로 추리고 본경선에 돌입한다. 중간 판세를 점검해보자면, 당 대표를 지내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광역단체장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고 강원도 춘천이 지역구이며 뉴미디어 활용에도 강점이 있는 젊은 재선 의원이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여러 정당 가운데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제각기 한마디씩 하고 나오는 외양만 보고 있자면, 대통령 탄핵 이후 여당이라는 기득권을 버리고 보수의 혁신과 환골탈태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같은 ‘착시 현상’에 빠질 지경이다.
 
냉정히 말해, 자유한국당이 5월 9일 대선에서 독자적으로 집권할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 어떤 집권 연대의 한 축이 될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주도권’은 어불성설이고 ‘지분’을 거의 주장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받아줄지 말지 상대방들이 고민할 것이다.
 
그런데 이 당의 후보가 되려는 경쟁은 왜 이리 치열할까?
 
물론 일반적으로 정당의 목표는 집권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선진국일수록 선명하게 자신들의 지향을 밝히고, 소수이나마 다양한 의견을 명확히 대변하는 선명한 이념정당들이 많다. 
 
지난 17일 자유한국당의 ‘후보자 비전대회’에서도 소수를 대변하는 선명한 이념정당으로 가려는 방향을 느낄 수 있었다.
 
"4년 전 대선 때 개표방송을 보다 깜짝 놀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51.6%. 왜 그 많은 숫자 중에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51.6%였는가. 한국 현대사에서 오일육 이란 숫자는 우리 국민을 일깨운 운명의 숫자"(김진)
 
“친박 그 주홍글씨를 안고 가겠다. 끝까지 대통령을 지키겠다. 대통령은 탄핵돼서 검찰 조사까지 앞두고 있는데 고영태는 조사 안 해도 되겠냐. 태블릿PC는 끝까지 덮고 이게 법치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겠냐"(김진태)
 
"탄핵으로 파면된 대통령이 밤중에 삼성동 사저로 와야 하는 이 절박한 현실을 현장에서 보고 가슴을 치고 분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가 불편하시면 고향인 경상북도 지사가 고향에서 모시도록 하겠다"(김관용)
 
방향성이나 이념 뿐 아니라 스타일도 거침없는 것이, 격과 체면을 중시하던 과거 공룡 보수정당의 면모를 탈피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혐의로 1심 유죄, 2심 무죄를 거쳐 3심에 계류 중인 홍준표 지사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면 자살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허위사실공포혐의로 기소된 김진태 의원은 “국민을 협박하는 격”이라며 “자살을 검토하는 사람도 있나?”라고 받아쳤다. 이 외에도 두 사람은 “걔는 내 상대가 아니다. 애들 얘기 하지 마라”vs “애들은 가라니. 뱀장사냐” 는 등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탄핵반대 집회에서 드러난 바,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 같은 생각을 하는 국민들도 분명히 있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 전체 의석의 1/3가까이를 점유한 정당이라는 점이다.
 
‘박근혜 계승/옹위’의 기조로 운영하기엔 그 당의 덩치와 영향력이 아직도 너무 크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의 과제 가운데는 ‘자유한국당 제 몫 찾아주기’도 포함되는 것이 마땅하다.
 
조기 개헌? 의원들도 원하고 국민들도 원하는 좋은 방향이라면야 반대할 일이 뭐가 있겠나? 그런데 자유한국당 및 박근혜 전 대통령 제 몫 찾아주기를 흐트릴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대선으로 일단 민심을 확인한 다음에 본론에 들어가자는 이야기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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