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파노라마)김건희 아닌 홍장원?…특검 "'개인 유무죄'보다 '국가기관 관여' 규명 먼저"
"내란 제보자→피의자"…종합특검 홍장원 겨냥엔 '국정원' 역할 규명
2026-06-01 18:07:33 2026-06-01 19:04:23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2차 종합특검은 '12·3 비상계엄 정당화 메시지' 의혹과 관련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오는 5일 재소환키로 했습니다. 종합특검 출범의 명분 중 하나였던 김건희씨 소환보다 홍 전 차장을 먼저 불러 세운 겁니다. '내란을 막은 영웅'으로 불렸던 인물이 왜 피의자까지 됐는지 그 답을 찾으려면 종합특검이 걸어온 수사 행적을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 거기엔 처벌에 그치지 않고, 추후 내란을 막기 위한 기준을 세우겠다는 종합특검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개인의 유·무죄 규명보다 국가기관이 계엄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먼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종합특검 수사에서 읽히는 전체 밑그림입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 5월22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2차 종합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종합특검은 1일 브리핑을 통해 "홍 전 차장에게 오는 5일 오전 10시 2차 조사를 위한 출석을 요구했다"고 알렸습니다. 특검이 홍 전 차장을 재소환하는 이유는 '계엄 정당화 메시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이튿날 새벽 비상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홍 전 차장의 구체적인 행적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입니다. 
 
특검은 지난 4월 국정원 서버 압수수색과 관계자 40여명 조사를 통해 홍 전 차장의 계엄 당일 행적을 구체적으로 파악했습니다. 특검에 따르면 국정원은 비상계엄 다음날 오전 국가안보실로부터 '우방 국가에 비상계엄의 배경을 설명하라'는 요청과 문건을 전달받았습니다. 특검은 홍 전 차장이 정무직·부서장 회의에 참석해 계엄 관련 업무를 분담했고, 이튿날 국가안보실로부터 받은 계엄 정당화 문건을 영문 번역해 주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책임자에게 설명하는 과정 전반에 관여됐다고 의심합니다.
 
홍 전 차장은 윤석열씨가 구속되기까지 핵심 증언을 하며 '내란 제보자'로서 역할을 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2024년 12월6일 국회 정보위원회, 이듬해 1월22일 국회 국정조사 등에 출석해서도 '계엄 당시 윤석열씨에게 받은 방첩사 체포조 지원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특검이 그런 그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종합특검의 수사 방향을 이해하려면 특검법과 특검의 그간 행보를 살펴봐야 합니다. 핵심은 종합특검법 2조 1항 3호에 있습니다. 해당 조항은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가기관·군·지방자치단체 등이 가담하거나 사후 효력 유지를 위해 관여한 행위를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유·무죄보다 국가기관 등이 계엄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규명하겠다는 겁니다.
 
특검은 출범 70여일 만에 김관영 전 전북도지사의 내란방조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김 전 지사는 계엄 당시 전북도청과 도내 8개 시·군 청사 출입을 전면 통제·폐쇄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특검이 김관영 전 지사를 무혐의로 처리하자 일각에선 '빈손 특검'이라는 빈축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반면 특검의 시선은 다릅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비상계엄이라는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기준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았다는 겁니다. 
 
이런 논리에 따라 특검은 3대 특검이 불기소하거나 기소유예한 사건도 다시 꺼내 들고 있습니다. 각 국가기관이 계엄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기준을 세우는 작업의 연장선입니다. 앞서 내란특검은 김명수 전 합참의장 등 합참 관계자들을 조사했으나 계엄 관여 정황을 충분하지 않다며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특검은 이를 1호 인지사건으로 새로 꺼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하고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군 수뇌부가 계엄 당일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지휘 체계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겁니다.
 
소방청도 같은 맥락입니다.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과 관련해 허석곤 전 소방청장은 내란특검 단계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종합특검은 이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격상해 다시 입건했습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가 1·2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만큼, 그 지시를 받아 실행한 소방청의 역할을 적극적 내란 가담 행위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국정원도 예외가 아닙니다. 종합특검의 칼날이 홍 전 차장 개인의 영웅·악당 여부를 가리는 일차원적 검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이라는 국가 정보기관이 12·3 비상계엄 국면에서 조직적으로 어떻게 기능했는지를 역사적·법적으로 기록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홍 전 차장 측은 이에 대해 "CIA 문건과 관련해 정무직 회의나 부서장 회의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홍 전 차장 측은 특검의 5일 소환 요청에 대해 "선약 일정이 있어 특검 측과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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