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통해 약 40조원을 조달하며 외국 기업의 뉴욕 증시 기업공개(IPO)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첫 거래일부터 공모가 대비 13% 넘게 급등하며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국내 본주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주요 외신과 월가도 이번 상장을 인공지능(AI) 메모리 시대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미국에서 확인된 투자 수요가 국내 본주 재평가와 반도체 투자심리 회복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R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공모가(149달러) 대비 13.08% 오른 168.4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시초가는 170달러였으며 장중 한때 177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ADR 종가를 원화로 환산하면 국내 보통주 1주당 약 253만원 수준으로,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를 마친 SK하이닉스 종가(218만원)보다 약 16% 높은 수준입니다. ADR 종가를 기준으로 단순 환산한 시가총액은 약 1조2000억달러로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웃도는 수준입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을 통해 총 265억700만달러(약 39조8000억원)를 조달했습니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 상장 당시 조달한 250억달러를 넘어선 규모로,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 가운데 역대 최대입니다. 이번 공모에는 글로벌 장기투자 펀드와 기술 전문 펀드, 국부펀드 등이 대거 참여했으며 수요예측에서는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주문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하이닉스는 확보한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첨단 패키징 생산시설을 비롯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 확대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첨단 설비 투자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CNBC와 블룸버그TV 라이브 방송에 잇달아 출연해 AI 산업 성장에 따른 메모리 시장의 장기 성장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15년 전 하이닉스를 인수했을 때 가졌던 하나의 꿈이 이제 현실이 됐다"며 이번 나스닥 상장을 "진정으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지금 AI 시대에 살고 있다"며 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도 나스닥 오프닝벨 행사에서 "AI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SK하이닉스가 함께할 것"이라며 AI 메모리 시장 리더십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외신들은 이번 상장을 AI 시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변곡점으로 평가했습니다.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의 역사적인 데뷔는 AI 붐이 수십 년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지배해 온 '호황·불황' 주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시장의 베팅"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사적인 미국 증시 데뷔가 AI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상장을 "AI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자 수요를 가늠하는 최신 시험대"라고 소개했습니다. 로이터통신도 최근 반도체주 상승세가 다소 주춤했음에도 AI 투자 열기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진단했습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이번 ADR 상장이 SK하이닉스의 투자자 기반 확대와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DR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이 확대되고 미국 ADR과 한국 본주의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한국 메모리 반도체 주식의 희소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 형성된 프리미엄이 국내 본주의 재평가로 곧바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됩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ADR이 국내 주식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과 국내 본주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라며 "미국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붙는 별도의 프리미엄일 수도 있다. 관전 포인트는 첫날 상승률보다 미국에서 형성된 높은 가격이 한국 본주로 얼마나 전달되는지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주요 경영진이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타워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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