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상한 관련 보도가 나오자마자 조기상환 청구서를 받았습니다. 담보 대출을 제공했던 은행들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문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자의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상한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카지노업계에 부정적인 흐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카지노업계는 정부의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업계는 이번 개정 추진이 카지노 산업, 나아가 K-관광을 쇠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홍균 제주드림타워 이사가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카지노 산업 법·제도 개선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한국관광학회와 복합리조트관광연구소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카지노 산업 법·제도 개선 정책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관광기금 인상안에 대한 업계 입장을 청취했습니다. 정부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자의 관광기금 고매출 구간을 신설해 구간에 해당되는 사업자에 부담률 15%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행 최고 부담률은 10%입니다.
가장 큰 부담을 갖는 곳은 인스파이어입니다. 인스파이어는 2년 넘게 카지노를 운영해오고 있지만 투자금과 금융 비용 등으로 아직 적자에 놓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2단계 투자를 앞두고 있습니다. 강대석 인스파이어 법무팀 전무는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투자했음에도 2년 반 만에 정책이 바뀐다면 외국 투자자가 어떻게 대한민국을 신뢰하고 투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규제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호연 인스파이어 전략담당 이사는 카지노 산업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스파이어는 약 4000억원을 투자해 최대 규모의 아레나를 세웠습니다. 김 이사는 "인스파이어는 단순한 카지노 사업이 아니라 K-컬처와 관광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며 "카지노는 복합리조트 전체를 지탱하는 경제적 기반 역할을 하며 이를 바탕으로 문화시설과 관광 인프라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기금 부담률이 15%로 오르면 K-컬처와 공연장, 관광 인프라에 대한 민간 투자 여력이 함께 악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주드림타워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032350) 역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재무담당 이사는 4년 7개월간 700억원을 투자했던 기관투자자가 기금 상향 보도 직후인 지난달 30일 주식전환 대신 조기상환청구서를 보내왔다고 밝혔습니다. 이 이사는 "저희 회사에 담보대출을 제공하는 은행들도 리파이낸싱 가능 여부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롯데관광개발은 지난해 카지노 부문 인건비로 566억원을 지출했습니다. 매출액 대비 11.9% 수준입니다. 반면 관광진흥기금과 개별소비세, 교육세를 합친 부담은 매출액의 15.7%에 달합니다. 인건비보다 세금과 기금으로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이 이사는 "2025년 4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중 3곳이 순이익 적자였고 파라다이스만 순이익을 냈다"며 "이런 상황에서 15%가 적용되면 수백억원대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권순기 제주드림타워 이사는 "2030년 오사카 복합리조트가 개장함에 따라 K-카지노와 J-카지노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데 수조원을 투자해서 막대한 기여하고 있는 복합리조트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관광진흥기금 인상안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자본시장의 반응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김홍균 드림타워 공시 담당 이사는 문체부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15일 롯데관광개발 주가가 급락한 반면 같은 날 코스피 지수는 올랐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김 이사는 "롯데관광개발 주식 7%를 보유했던 국민연금도 2% 이상을 팔았다"며 "산업을 키워 세수를 늘려야지 죽여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면허 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방상훈 롯데관광개발 이사장이 "30년 전 폐단이 있어 문체부가 폐지했던 제도를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다시 꺼낸 것"이라며 "면허 갱신 여부가 불투명해지면 채용 경쟁력이 떨어지고 매출 신장의 토대가 더 저하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노동자의 문제도 거론됐습니다. 황주호 파라다이스시티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기금 부담률 상한은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고 이에 따른 비용 절감이 이어져 노동자 임금과 고용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노동자의 생계와 고용안정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이상열 배화여대 겸임교수는 논의의 틀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이 교수는 현행 관광진흥법상 18개 카지노가 하나로 묶여 있다며 "호텔 내 카지노와 강원랜드, 최근 등장한 복합리조트를 구분한 뒤 각각에 맞는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업계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매기는 것은 미국과 싱가포르, 마카오, 일본 등 대부분 국가의 방식이며 1999년 헌법재판소도 관련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15% 적용 시 주요 3사의 부담이 763억원 늘어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고매출 구간을 신설해 초과 매출에만 15%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실제 추가 부담은 이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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